"삼성테크원·현대로템 유령회사와 거래 계약"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국내 방위 산업체 분야 대기업들이 무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조세회피처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와 거래한 계약서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은 지난 2001년 터키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2009년 터키에 K-2 흑표전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각각 조세회피처의 유령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내용은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서 드러났다.

삼성테크윈과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지난 2001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코오롱 리미티드', 현대로템이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2003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KTR 리미티드'다.

이 유령회사들은 사실 한 회사로, 터키 현지의 무기 중개 업체인 'KTR 리미티드'다.

이 회사는 1987년 설립돼 한국 기업 코오롱의 탄약 수출 과정을 중개했고, 그 뒤 지속적으로 한국 방산 업체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회사명도 설립 당시 코오롱을 따서 '코오롱 리미티드'였다가 이후 'KTR 리미티드'로 바뀌었다.

실제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첫 화면에 게시된 주요 거래 파트너들은 모두 한국의 방산대기업들이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 자신과 동명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는데, 모 회사의 이름을 딴 유령회사 두 개를 만든 것"이라며 "계약서를 작성해 준 곳은 터키 KTR의 법률 대리인인 모색 폰세카였다"고 밝혔다.

또 삼성테크윈과 현대로템이 계약을 맺은 유령회사들은 모두 스위스 UBS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주주는 무기명으로 돼 있고, 회사 이사는 차명 서비스에 전문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인물들이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들은 실제 수천 개 회사에 이사로 등록이 돼 있으며 회사의 주소 역시 수천 개 회사가 등록된 버진아일랜드 아카라빌딩이었다.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노재헌 씨의 유령회사가 등록된 곳과 같은 빌딩이다.

뉴스타파는 삼성테크윈과 현대로템에 관련 질의를 했으나 두 기업 모두 터키의 'KTR 리미티드'와 거래를 했을 뿐 조세회피처에 있는 유령회사와 거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서 하이닉스 자회사였던 하이디스 매각 과정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령회사를 발견했다.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이 회사의 이름은 'C&H 트레이딩(C&H Trading ltd.)'이며 설립 일자는 2003년 4월16일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2주를 발행했으며 당시 하이디스 사장 최병두 씨와 중국인 한궈진(Han Guajin) 씨가 각각 1주씩을 소유했다.

한씨는 당시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BOE 그룹의 임원으로 확인됐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C&H 트레이딩'이 설립된 2003년 4월은 하이디스가 중국 BOE 그룹에 매각된 지 5개월 뒤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2004년 2월 28일에는 한씨가 자신의 주식 한 주를 최 전 사장에게 양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움직임은 하이디스 매각과 관련해 중국 BOE 그룹과 최병두 사장 사이에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모종의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유출자료에서 최병두 전 사장과 연관된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 'Grace Pacfic ltd.'(그레이스 퍼시픽)을 발견했는데, 이 회사는 C&H트레이딩이 청산되기 6개월 전에 설립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하이디스에 조세회피처 페이퍼 컴퍼니의 용도에 대해 질의했지만, 하이디스는 과거의 일이라 현재의 하이디스와는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