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수주 잔량 기준…대우조선 부동의 1위

경영 위기로 구조 조정 대상에 오른 한국 조선업이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여전히 최강자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조선 대형 3사는 선박 수주 잔량 부분에서 1~4위를 휩쓸고 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조선업 구조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선뜻 '빅3 통폐합' 카드를 내밀지 못한 것도 이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빅3는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나 기존 일감으로 최소 1~2년은 수주 없이 버틸 수 있어 중국, 일본과 벌이는 '치킨 게임'에서 살아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2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지난 3월 말 기준 118척, 782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았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2014년 11월 수주잔량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수주 잔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감이 많다는 뜻으로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인력 감축, 자산 매각, 채권단 지원 등을 통해 실적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대우조선 측은 "현 상황만 해도 2년 반 정도의 일감이 있어 전세계 조선소 중에 가장 여유가 있다"면서 "지난해까지 부실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기에 올해는 세계 최고 조선업체에 걸맞은 위상을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주잔량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50만CGT, 95척), 3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439만CGT, 81척), 4위는 현대삼호중공업(341만CGT, 84척)이었다.

중국 상하이 와이가오차오(315만CGT, 79척)가 5위에 올랐으나 6위에 현대미포조선소(237만CGT, 108CJR)가 포진하며 한국 조선업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어 중국 장쑤 뉴 YZJ(232만CGT, 101척), 일본 이마바리 SB 사이조(217만CGT, 40척), 중국 후둥 중화(200만CGT, 44척) 순이었다.

한국 업체 중에서는 성동조선이 132만CGT(51척),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130만CGT(28척)로 세계 16위와 17위에 올랐으며 STX조선은 110만CGT(48척)로 21위였다.

이처럼 전 세계 조선 시장이 현대미포조선을 계열사로 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조선업 구조 조정 작업도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통폐합을 통해 과감하게 손을 대자니 나중에 조선업 호황이 왔을 때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 전 세계 시장을 속수무책으로 내줄 수 있어 신속한 결단을 내리기느 어렵다.

해운업의 경우 조선업만큼 부진이 극심하자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가 얼라이언스를 직접 재편하면서 전 세계 해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조선업의 빅3도 전 세계 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분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대우조선 등 빅3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추가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업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 조선업체들도 연달아 문을 닫는 등 큰 파고가 일고 있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전 세계 생산 과잉이 자연스레 조정되면서 빅3를 포함한 기존 대형 조선업체들은 또 한 번 좋은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