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오른쪽) 과 얘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 국장에게 “요즘 경제신문이 뜨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오른쪽) 과 얘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 국장에게 “요즘 경제신문이 뜨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법인세율 인상,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한국형 양적 완화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견해를 밝혔다. 야권의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선 “국민에게 면목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고, 논란이 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논쟁이 된 한국형 양적 완화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율 인상 주장 답답해”

박 대통령은 증세 논란과 관련,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라며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감면 축소 및 복지 전달체계 효율화 등으로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한 뒤 그래도 부족하면 마지막 단계에서 증세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에게 요청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나 되돌아봐야 한다”며 “그런 노력을 안 해놓고 세금 얘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발전법 등을 통과시켜 경제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세금부터 올리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도 했다.

야권에서 나오는 법인세율 인상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법인세율을 올려 놓으면 외국기업들은 물론 기업들이 다 도망갈 것”이라며 “투자 환경을 좋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고쳐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과거의 낡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며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같은 기업이 뭘 좀 해보려 하는데 대기업으로 지정돼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기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며 공시 의무도 대폭 강화된다. 1987년 도입된 이후 지정 요건이 몇 차례 바뀌었으나 2008년 ‘총자산 2조원 이상’에서 ‘5조원’으로 상향된 뒤 8년째 변동이 없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새로운 규제가 76개로 늘어나 특히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막아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며 5조원으로 묶여 있는 자산기준을 10조원 이상으로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형 양적 완화 맞는 방향”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제안한 ‘한국형 양적 완화’와 관련, “우리가 한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 완화는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아 공론화됐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고 강 전 장관도 정치권을 떠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이 실행 의지를 보여 불씨가 되살아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해 기업 구조조정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20년 장기 분할 상환 구조로 전환시킨다는 것이 한국판 양적 완화의 내용이다.

이상열/유승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