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유지 주장에 '빅2' 통합론 부상…유사 사업부문 통폐합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쳐온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으로 흔들리면서 전 세계 시장을 독식해온 빅3 체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춘 조선업체가 국내에 3곳이나 존재하는 게 현재와 같은 조선 불황기에는 맞지 않아 2곳으로 통합하거나 쪼개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러나 3~5년 뒤에 조선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이들 빅3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5대 업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 조정에 나선 가운데 해운에 이어 조선업이 공론화되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으로 대변되는 빅3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채권단이 관리해 사실상 정부 소유이므로 정부 방침에 따라 회사가 쪼개질 수도 독자 생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엄연한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이들 업체에 거액을 빌려준 은행들을 동원해 구조 조정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 구조 조정 시나리오 중 하나는 빅3 체제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자산 및 계열사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중공업만 해도 조선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사부터 시작해 호텔업까지 하면서 계열사만 20여개가 넘는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업과 관련 없는 비핵심 계열사만 매각해도 몇 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호황기에 거액을 벌어들이자 조선업 집중보다는 계열사를 문어발식으로 늘린 게 패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우조선의 경우 채권단 주도로 본사 조직과 인원을 30%가량 줄이고 골프장을 포함해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보유하던 타사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다만 이들 3사의 자체 구조 조정 속도가 더디므로 정부가 칼날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빅3가 스스로 살아남으려면 정부가 인정할 정도로 추가적인 조직 개편에 인원 감축, 조속한 자산 매각으로 확실한 군살 빼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정부가 키를 쥔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 또는 현대중공업과 통합시켜 '빅2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세계 조선업을 양강 체제로 만들어 중국, 일본 등과 수주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로 중복된 설비와 인원을 정리해야 하는데 엄청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원 단위 적자를 내는 대우조선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사들일 여력이 없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빅2로 통합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문제는 대우조선을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면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살기 힘든 판국에 다른 업체를 떠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빅3가 중복되는 과잉 또는 중복 사업 부문을 한 업체에 몰아주거나 별도 회사를 차리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빅3가 모두 하는 해양플랜트나 방위사업을 떼 별도 회사를 차리고 빅3는 조선업만 집중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우선 급한 대로 대우조선에서 수익을 내는 방위산업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몰아주는 방법도 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조선 빅3의 자구 노력이 미흡할 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대우조선에서 수익을 내는 부문을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고 대우조선은 순수한 상선 건조 회사로만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