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 고래' 된 일본은행…상장사 90%의 대주주
일본 주식·채권시장에서 일본은행이 ‘연못 속 고래’로 변모하고 있다. 연간 80조엔(약 830조원) 규모의 돈을 풀면서 상장지수펀드(ETF)와 국채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시장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ETF 보유액은 3월 말 기준 8조6000억엔으로 불어났다. 2010년 10월부터 연간 4500억엔 규모로 ETF를 사기 시작한 데 이어 2013년 4월 이 규모를 연간 1조엔으로 확대했고, 2014년 10월엔 연간 3조엔까지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ETF 중 절반을 웃도는 55%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닛케이225지수에 편입된 225개 기업 가운데 200곳에서 10대 주주에 올랐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데루모를 비롯해 야마하, 다이와하우스공업, 스미토모부동산, 미쓰비시머티리얼, 미쓰미전기 등은 지분율 기준 3대 주주다. 미쓰미전기 지분율은 11%에 이르고 닛케이225지수 구성 비중이 가장 큰 유니클로 운영회사 패스트리테일링 지분도 9%를 들고 있다. 네이더 나에이미 AMP캐피털인베스터스 자산배분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은 큰 헤지펀드가 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뿌리는) 헬리콥터 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분기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증시에서 3000억엔에 육박하는 ETF를 팔고 나가는 동안 일본은행은 6497억엔어치의 ETF를 사들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ETF에 대해 충분히 유의하면서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일본은행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어 매도에 나서면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채권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은행의 20일 기준 국채 보유액은 354조1000억엔으로 증가했다. 2013년 4월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에 나서기 직전(125조3000억엔)보다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