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 글로벌 동맹 제외되면 환적화물 이탈 우려

세계 유력 선사들의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불거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로 부산항에도 비상이 결렸다.

2개 국적 선사가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소외된다면 환적화물 비중이 큰 부산항으로선 자칫 대규모 물량 이탈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전체 컨테이너 화물 1천945만개 중에서 환적화물이 1천8만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출발지와 종착지가 우리나라인 수출입화물과 달리 다른 나라의 화물이 부산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은 선사들이 어느 항만을 거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일시에 빠져나갈 우려가 큰 '휘발성이 강한' 특성이 있다.

모기업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물량 비중이 큰 부산 신항의 현대부산신항만(HPNT)과 한진해운신항만(HJNC) 터미널은 불안감이 더 하다.

HPNT 터미널은 지난해 20피트짜리 기준으로 240만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40%가 현대상선 물량이다.

나머지는 현대상선이 참여한 선사동맹인 G6의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MOL과 NYK, 홍콩 OOCL, 싱가포르 NCL의 물량이 대부분이다.

HJNC가 지난해 처리한 전체 266만개 컨테이너 화물 가운데 60%인 160만개를 한진해운이 실어날랐다.

한진해운은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일본 K라인, 대만 양밍과 CKYHE 동맹을 이루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네덜란드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손잡은 2M, 프랑스 CMA CGM와 중국 차이나시핑, 쿠웨이트 UASC로 이뤄진 오션3, 우리 국적선사가 참여한 G6와 CKYHE 등 4개 동맹체를 이뤄 경쟁하고 있다.

선사들은 내년 3월 얼라이언스 계약 만료를 앞두고 해운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2M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코스코그룹과 프랑스 CMA CGM이 손잡고 새로운 동맹을 결성했고 여기에 대만 에버그린과 홍콩 OOCL이 참여하기로 했다.

G6의 주력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쿠웨이트 UASC와 손잡고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신항 터미널 관계자들은 25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운명 자체가 불확실한 현재로선 물량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HJNC 관계자는 "환적화물은 국적선사가 선사동맹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국적선사가 제외되면 다른 선사들이 굳이 부산에서 환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글로벌 선사 동맹에서 제외된다면 환적화물이 대거 일본이나 홍콩 등 경쟁항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PNC, BNCT 등 신항의 다른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선사동맹 재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사동맹 재편 결과에 따라 환적화물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적화물이 이탈하면 타격을 받는 곳은 터미널 운영사에 그치지 않는다.

항만은 후방연계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입항 선박이 줄어들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용품업계 등도 영향을 받는다.

환적화물이 부산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2015년 기준으로 1조4천억원에 이른다.

부산항만공사도 선사동맹 재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올해 10월 이후에 새로운 해운동맹의 판도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적선사가 동맹에서 빠지게 되면 환적화물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적선사가 속한 해운동맹이 부산항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만큼 동맹 재편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물동량 이탈을 막고 신규 물동량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