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 긴급실태조사…내수·수출기업 등 동반 부진
수주절벽 우려에 대형 조선소 단가 후려치기 '엎친 데 덮친 격'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이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형 조선소의 업황 부진에 부산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 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빅3를 포함한 조선소의 수주 부진 여파로 연관산업인 조선기자재 산업 역시 수주절벽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원청인 조선소의 과도한 단가 인하 압력과 대금결제 지연, 밖으로는 중국 조선기자재 업체의 저가 공세, 엔저에 따라 일본으로의 수출 급감 현상도 가중되고 있다.

부산 조선기자재 산업 생태계의 붕괴 우려까지 제기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인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5일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움직임과 관련 지역 조선기재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업체별 애로사항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부산상공회의소 측은 "부산상의 회원사 중 조선기자재 관련 업체만 330여 개사에 달한다"라며 "조사 결과 대다수 조선기자재 업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조선기자재 업체 중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는 상당수 최근 원청인 조선소로부터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등 빅3에 제품을 납품하는 부산 녹산공단 내 A사는 "최근 조선소의 납품 단가 요구가 노골화되고 있다"라며 "여러 협력업체에 배분하던 물량을 한 곳에 몰아주는 대신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신들의 경영 위기 책임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소위 '단가 후려치기' 행위에 대한 관련 당국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주절벽 우려는 벼랑 끝에 내몰린 업체도 많았다.

부산상공회의소 측은 "조선소 수주와 조선기자재 업체 실제 납품까지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시차가 존재해 아직은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 조업률(공장가동률)이 8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주절벽이 가시화된 지난해 연말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인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장가동을 멈추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992만CGT의 수주 실적을 기록, 중국(882만CGT), 일본(677만CGT)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수주량이 급감, 대부분 조선소가 수주절벽에 직면해 있다.

부산 B사는 "기존 수주물량이 일부 남아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원청인 조선소의 수주 난이 장기화하면 연말부터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선기자재 업체 중 거래처 다변화, 특히 중국과 일본 등지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C사는 "중국 역시 조선 경기 둔화로 주문이 줄었고, 일본으로의 수출은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지역 조선기재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내수가 큰 폭(4.0%)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수출도 2.6% 줄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해양플랜트 관련 기자재 업체들은 원청의 발주 취소와 연기 사태가 잇따라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소에 해양플랜트 관련 자재를 납품했던 D사는 "원청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안 나오고, 하청에 줘야 할 돈을 계속 밀리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한계기업 퇴출 정책 이후 업황 부진 업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에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체는 이번 조선산업 위기가 조선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 E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소형 조선기자재업체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위기로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기 부진 장기화와 수주 감소에 따라 회사 사업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분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며 "문제는 기술개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기술이 사장되면 앞으로 경기 확장기에도 회사 성장에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