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상징이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명사로 불리는 골드만삭스가 흔들리고 있다. 1분기 매출과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고 발표하면서다. 저금리로 인한 일시적 슬럼프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과거의 전성기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순익 반토막…골드만삭스, 아 옛날이여!
◆‘빅5’ 은행 중 수익 최하위

골드만삭스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1억4000만달러(약 1조303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급감했다. 매출은 63억4000만달러로 작년 106억2000만달러에서 40% 쪼그라들었다.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대형 상업은행(CB)도 실적이 악화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익 감소폭은 7%와 5%에 그쳤다.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각각 52억달러와 55억달러로 골드만삭스의 다섯 배가량에 달했다. 상품 등 트레이딩부문의 수익 감소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대출부문에서 상쇄한 것이다.

이와 달리 골드만삭스는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충격을 그대로 받은 탓에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를 포함한 ‘빅5’ 은행 중 수익이 최하위에 그쳤다.

‘현금 창구’였던 채권 및 외환·원자재(FICC)부문 매출은 16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7% 줄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IB부문도 매출이 23% 급감하며 14억6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월가에서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인수합병(M&A) 자문사업도 7억71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1년 전보다 20%나 감소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광범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모든 사업부문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예측의 실패도 수익 악화 원인으로 지적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채권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채권거래부문에서만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8% 급감했다. 주식거래부문도 매출이 58% 줄었다. 지난해 7월 220달러까지 치솟았던 골드만삭스 주가는 지난 2월 초 140달러로 추락했다. 최근 160달러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최고점에서 25% 하락한 상태다.

◆1분기 ROE 6.4% 그쳐

하비 슈워츠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에 대해 “한 분기의 실적만으로 회사를 평가해는 안 된다”며 일시적 슬럼프라는 점을 강조했다. 1분기 6.4%에 그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연말에는 10%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대형은행에 훨씬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은 골드만삭스가 시장 변동성과 규제 강화라는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분석했다. 차입비율을 낮추고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트레이딩과 채권인수 등 골드만삭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사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 제한과 차입비율 규제를 강화한 ‘볼커룰’이 지난해 7월 시행된 것도 부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ROE가 10%라는 것은 골드만삭스로서는 재앙에 가까운 숫자”라며 이전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가 월가를 비판하면서 ‘탐욕의 상징’으로 골드만삭스를 지목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