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해외선주 60%와 원칙적 합의"
현대상선의 명운을 좌우할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영국 그리스 일본 싱가포르 등 22개 해외 선주 중 절반 이상이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2일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과 관련,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 22곳 중 60%가량과 용선료 인하에 원칙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주일 또는 열흘 정도 뒤에 협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하려면 22개 선주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현재로선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의 명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에 달려 있다. 용선계약은 1~2년이 보통이지만 5년 이상,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많다. 특히 장기 용선계약은 계약 시점 이후 국제시세가 낮아지면 배를 빌린 해운사가 큰 손실을 본다. 용선료 부담을 덜기 위해 해운사가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지만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고 선박을 회수당해 영업을 못할 상황에 처한다.

현대상선도 2000년대 중반 해운업 호황 때 지금 시세보다 5~10배 비싼 용선료를 주고 장기계약 조건으로 배를 빌린 탓에 매년 2조원가량의 용선료를 해외 선주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고 있다. 지난해 용선료 지급액은 1조8793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현대상선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이달 말까지 용선료를 최대 30% 낮춰야 추가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용선료 지급액을 낮추면 채권단이 대출금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해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과 21일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 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최근 용선료 인하분 일부를 현대상선 주식으로 돌려주는 방안이 제시되며 진전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이달 들어 해외 선주에 용선료 인하분의 절반을 현대상선 지분으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내놨고, 이에 상당수 선주가 “나쁘지 않은 조건”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연간 용선료 가운데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사용되는 1조원 정도를 제외한 8000억~9000억원의 20~30%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고, 인하액의 절반인 900억~1800억원을 현대상선 지분으로 출자전환해주는 방안으로 선주들을 설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외 선주들이 출자전환 이외 용선료 인하분에 대한 추가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막판까지 협상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태명/김태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