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절반 정도는 학연·지연·정치적 연줄이 승진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가 민간 기업보다 낮다고 여기는 공무원도 절반 이상이었다.
공무원 절반 "학연·정치적 연줄이 승진에 영향"
22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내놓은 ‘공직생활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앙공무원 1000명, 지방공무원 1000명 등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10월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0%가 학연, 지연 등 정실 요인이 승진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6.8%에 그쳤다. ‘정치적 연줄이 승진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도 42.7%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19.2%였다. 상관에 대한 충성도(69.9%), 동료 평판(70.0%), 업무수행 실적(63.5%) 등이 승진에 영향을 줬다고 대답한 비율도 높았다.

보수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내가 받는 보수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업(대기업 수준)과 비교할 때 적정한 수준이다’는 항목에 52.9%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업무 성과에 비춰 적정하다’(21.7%), ‘맡은 책임에 비춰 적정하다’(18.4%), ‘쌓아온 경험에 비춰 적정하다’(18.2%), ‘노력에 비춰 적정하다’(19.2%) 등 다른 항목에서도 보수에 만족하는 공무원이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후생복지에 대한 불만도 컸다. ‘공무원 후생복지제도는 민간기업(대기업 수준)과 비교할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는 항목에 60.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원하는 시기에 휴가나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28.0%에 그쳤다.

내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불만도 컸다. ‘공정한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39.6%), ‘모든 직원의 의견을 고려한다’(25.5%), ‘의사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29.1%) 등의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상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지 않았다. ‘상관이 일할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43.8%에 그쳤다. ‘상관이 비전을 제시해 준다’는 항목엔 37.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조직 혁신에 대해 우려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우리 기관은 융통성 있고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문항에 41.4%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혁신을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용인한다’고 대답한 비율도 33.2%에 불과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는지를 설문한 결과 ‘그렇다’는 응답률이 25.1%였다. 이직 이유는 낮은 보수(26.3%), 승진 적체(20.1%), 과다한 업무(19.9%) 등의 순이었다.

조일형 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승진의 공정성과 보수의 적절성에 대한 만족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승진과 보수는 직원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직 등 조직에 부정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