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래킷벤키저가 공식 사과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번지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사건이 발생한 2011년 이후 한번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던 옥시가 검찰 수사중에 사과문을 낸 것을 지적하며 수십년간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기업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옥시크린·물먹는 하마 등 옥시 제품이 워낙 오랜기간 판매된 생활용품이라 불매운동이 얼마나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22일 온라인에서는 각 지역 주부 카페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독려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옥시는 '빨래 끝!'이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표백제 옥시크린과 오투액션, 세탁세제 파워크린·오투액션, 섬유유연제 쉐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물먹는 하마와 냄새먹는 하마 등 '하마' 브랜드, 욕실·주방에서 기름때 등을 지울 수 있는 옥시싹싹 브랜드 청소용품을 판매중이다.

비트 제모크림과 손 세정제 데톨, 듀렉스 콘돔, 풋 케어 제품 숄, 의약품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등도 옥시가 수입·판매하는 제품이다.

한 경남지역 주부 카페의 회원(아이디 eug****)은 "한두명도 아니고 몇백명이 피해를 봤는데 (옥시는) 사람이 죽어도 나몰라라 하는 회사"라며 "사회적 책임감이 없는 회사는 아웃(퇴출해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부지역 주부 카페의 다른 회원(아이디 mil****)은 "옥시를 비롯한 부도덕한 기업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며 "'나 하나쯤이야'하고 쓰는 순간 사람이야 어찌되든 아랑곳않는 괴물 기업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옥시가 수입·판매하는 제품 이름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블로그·게시판 등을 통해 퍼나르고 있다.

이런 불매운동은 전날 옥시의 사과문 발표로 더 불붙은 모습이다.

옥시는 전날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통감한다"며 "환경부·환경보전협회(KEPA)와 협의해 이미 조성한 50억원의 (피해자 지원)기금 외에 50억원을 추가로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옥시가 사건 발생 이후 5년 만에 처음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는 점, 입장자료마저도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메일로 언론에 배포한 뒤 연락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옥시가 입장자료에서 "오랫동안 제품의 안전 관리 수칙을 준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거나 "상당 부분의 사안이 법원 조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고 표현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옥시의 브랜드 파워가 만만치 않은 만큼 소비자단체와 시민이 함께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사업체의 불법행위에는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게 정답이지만 소비자의 자발적인 행동이 아닌 단체 주도의 행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다만, 이런 문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 등 피해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