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앞두고 '마른 수건 짜듯' 효율적 지출
재정 수입 확충 방안은 없어 한계


정부가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제시한 재정운용방향의 핵심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고보조금 등 당장 재정 누수를 틀어막을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시계(視界)를 좀 더 넓히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가 날이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재정건전성 위협 우려' 7대 사회보험 관리 강화

올해 정부는 처음으로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토대로 향후 5년간의 재정운용방향을 짰다.

장기재정전망 결과 정부가 지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로 떨어질 수도, 62%까지 치솟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조개혁과 성장 잠재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94.6%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우선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을 '적정부담-적정급여'로 바꾸기 위한 관리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장기재정전망에선 건강보험 재정이 9년 뒤인 2025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됐으며,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60년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2∼5년 주기로 다른 7대 보험의 재정전망 주기와 재정 추계 방식을 통일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각 사회보험이 장기적으로 재정을 안정시킬 방안을 세워 목표치도 제시하도록 했다.

목표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는 정부가 점검·평가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건강보험 등은 적자가 나면 일부 또는 전액을 국가 재정에서 보전해줘야 하는 만큼 정부가 고삐를 더 바싹 죄겠다는 것이다.

재정준칙 도입 방안도 구체화했다.

재정준칙은 국가부채, 재정적자 한도를 법으로 정해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이다.

정부는 ▲지출계획을 짤 때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비효율·낭비 요소가 있는 재정사업에 정부가 직접 현장조사를 나가는 '집행현장조사제' ▲중앙정부의 채무 한도 설정 등을 담은 '재정건전화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 올해도 '지출보다 수입 증가율 늘린다' 선언
지속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총지출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선언은 올해도 반복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도 2016∼2020년 5년 동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총지출 증가율은 총수입 증가율을 4년 연속 웃돈 상황이다.

작년엔 총수입이 4.3% 늘어나는 동안 총지출은 6.9% 증가했다.

총지출 증가율과 총수입 증가율 사이 격차는 2012년 0.4%포인트, 2013년 1.4%포인트, 2014년 1.7%포인트, 2015년 2.6%포인트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이뤄지면 5년 연속 총지출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금으로선 추경을 논의하는 것이 이르다는 생각"이라며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경기를 보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단골메뉴'인 지출 구조조정, 유사·중복사업 정비, 비과세 감면·축소 외에 이렇다 할 재원 마련 계획이 없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재정 바깥에서 운영돼 끌어다 쓰거나 관리하기 어려웠던 자금을 끌어들여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법원 공탁출연금을 정부 재정 안으로 들여왔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강력한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대보다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데, 그만큼 지출 효율화가 쉽지 않다"며 "민간·지자체 보조금 등을 더 강력하게 관리하면 10조∼20조원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리 강화를 통해 아낀 재원을 일자리 확충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스웨덴을 따라가야 할 사례로 꼽았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친화적 복지, 연금·재정 개혁으로 건전한 재정의 토대를 닦았다는 것이다.

송 차관은 "스웨덴은 기업 구조조정 때 정부가 좀비기업, 한계기업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실히 지키면서 시장 주도 구조조정을 유도했다"며 "실업자 문제에 대해서는 '현금 나눠주기'를 지양하고 직업훈련을 잘 시켜 새로운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