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후예’이지 말입니다
‘광고의 후예’이지 말입니다
요즘 광고업계 ‘블루칩’은 누가 뭐래도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로 뜬 배우 송중기(사진)다. 국내에서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고 ‘한류스타’만 광고모델로 쓴다는 면세점들이 그를 놔둘 리 없다. 송중기가 어느 면세점의 광고모델이 될지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고, 대형 면세점들이 잇따라 후보로 거론됐다. 업계에선 1년 모델료가 65억원쯤 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인 두산 두타면세점이 송중기와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실제 계약금액은 1년 계약 기준 18억에서 2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은 ‘태후’의 또 다른 주인공 송혜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광고 큰손' 된 면세점…한류스타 모델 전쟁
○치열한 면세점 모델 경쟁

면세점은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구매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적극 기용하는 이유다. ‘면세점 모델=한류스타’로 인식된다. 면세점들은 콘서트나 팬 사인회 등의 행사를 마련해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모셔오기’도 한다.

면세점 광고업계의 큰손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광고모델만 총 10개팀 32명에 달한다. 이민호, 슈퍼주니어, 엑소(EXO) 등 한류스타들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가수 황치열이 중국 후난위성TV ‘나는 가수다 시즌4’에서 우승해 인기를 끈 뒤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곳도 롯데면세점이다.

배우 전지현과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13일 신세계면세점 모델로 발탁됐다. 업계에서는 전지현의 모델료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 모델인 샤이니와 동방신기는 신라면세점과 현대산업개발의 합작회사인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모델로도 활동한다.

○시대 따라 바뀌는 ‘대세 광고’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한국이 굶주림에서 벗어난 1970~1980년대만 해도 ‘대세’는 제과업체 광고였다. 1977년 해태 부라보콘 광고에선 배우 정윤희와 신일룡이 연인 역할로 호흡을 맞춰 화제를 낳았다. 1980년대 롯데 가나초콜릿 광고에 출연한 채시라는 당대 최고의 하이틴스타였다.

휴대폰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엔 이동통신사 광고가 업계를 주름잡았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한솔통신)’ ‘잘 자, 내 꿈 꿔(한국통신프리텔)’ 등 유행어가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휴대폰이 대중화하면서 2000년대엔 이효리 빅뱅 등 톱스타들이 휴대폰 광고에 나왔다.

면세점 광고가 대세로 부상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2004년 일본 주부들에게 인기 있던 배우 배용준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자 뒤이어 장근석, 소녀시대 등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모델을 잇따라 썼다. 이후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늘면서 중화권에서 사랑받는 톱스타가 줄줄이 모델로 영입됐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 그 드라마 주인공은 면세점 모델이 됐다. 박신혜, 김수현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전쟁 앞으로 어떻게

업계에서는 앞으로 모바일 게임업체가 면세점에 이어 씀씀이와 영향력이 큰 광고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여성·중장년층까지 이용자를 넓히기 위해 장동건, 손예진 등 모든 연령층에서 두루 인지도가 높은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아덱스에 따르면 작년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TV 광고에 들인 비용은 2000억원대로 전년에 비해 4배 뛰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최영균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게임업체들은 자금력이 크지 않아 광고 경쟁을 지속하기 힘들다”며 “차세대 광고 거물이 누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