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인 인텔이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력의 11%(1만2000명)를 줄이는 고강도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성장을 이끈 PC 의존도를 낮추고,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인텔은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사업 재편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이언 크르재닉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변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며 “이는 인텔을 더 스마트하고 생산적인 회사로 바꾸기 위한 장기적 변화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르재닉 CEO가 “단순한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인텔의 고민은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 매출은 13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고, 순이익도 20억5000만달러로 3% 증가했다. 하지만 두 항목 모두 전문가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또 인텔이 이날 제시한 2분기 매출 전망치(135억달러) 역시 전문가 예상치(141억달러)를 밑돌았다.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 중반대로 낮췄다. 이날 주가는 2.4% 하락했다.

원인은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PC와 노트북 시장의 부진이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PC시장은 1년 전보다 약 10% 감소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등 클라우드 사업과 무선데이터 처리 기능을 갖춘 인터넷 연결기기, 즉 IoT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필요한 돈은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인텔은 PC시장 침체가 당장 비용절감에 나서야 할 정도로 급박하지는 않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시장으로 갈아타기 위한 시점을 놓쳐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인텔은 올해 말까지 직원 6000명을 줄여 7억5000만달러의 인건비를 줄이고, 2017년 중반까지 인력감축 목표를 달성해 14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새로운 사업분야 인력은 충원하고 장기간 근무한 인력부터 줄여나가기로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