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 메신저 급부상…국외에선 인공지능 기반 챗봇 관심

친구와 채팅을 하면서 은행 송금, 쇼핑 물품 검색, 항공권 예약을 단번에 할 수 있을까?
수년 전만 해도 상상에 그쳤을 이런 생각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쇼핑·금융 등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기능을 대화창에 합친 다(多)기능 메신저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며 시사현안 파악 등 업무를 해결하는 차세대 '챗봇'(Chatbot) 서비스까지 나오면서, 장기적으로는 메신저가 다수의 앱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기능 메신저의 최근 예는 카카오가 이달 말 카카오톡(카톡)에 추가하는 '대화창 즉시 송금' 기능이다.

종전 카톡에서 상대에게 돈을 보내려면 '뱅크월렛 카카오'란 별도 앱을 구동해야 하지만 이젠 대화창에서 바로 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이 밖에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앱 기능을 카톡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도 일본 등 국외에서 '라인 비즈니스 커넥트'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대화창에서 피자 배달이나 은행 잔고 확인 등을 바로 할 수 있다.

이 기능의 국내 공개는 미정이다.

국내 스타트업인 텍스트팩토리는 카톡과 SMS(단문서비스) 기반으로 '문비서'란 유료 메시징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말만 걸면 국외 직구, 퀵서비스·골프장 예약, 화환배달 등 일을 해준다.

상담원이 메시지를 받아 일을 처리하는 다소 고전적(?) 방식이지만 앱을 열 필요 없이 대화만으로 고충을 해결하는 편리함을 잘 구현했다는 평이다.

인공지능이 상담원 역할을 대신하는 챗봇은 한국에선 아직 주요 사례가 없지만, 국외에서 관심이 매우 크다.

중국의 최대 메신저인 위챗은 말만 걸면 음식주문이나 호텔·항공권 예약을 해주는 챗봇이 상용화한 단계다.

미국의 신세대 메신저인 킥(KiK)은 의류유통·기상정보 업체 등과 손잡고 다양한 챗봇을 구매하는 '챗봇샵'(Chatbot Shop)을 운영한다.

날씨 예보를 알려주거나 옷차림을 추천하는 등 특정 작업을 잘하는 챗봇을 내려받을 수 있는 곳이다.

세계 1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도 챗봇을 성장 동력으로 강조하면서 이번 달 13일 챗봇 플랫폼을 선보였다.

누구나 챗봇을 만들어 사용자 수가 9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메신저에 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쓰는 사람이 많은 유럽계 메신저 텔레그램도 작년 6월 비슷한 챗봇 플랫폼을 열었다.

이처럼 메신저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스마트폰 앱 시장의 정체와 연관이 작지 않다.

대중이 앱을 많이 까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메신저와 같은 소수 '필수' 앱의 역할이 대폭 커진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메신저를 1개 이상 깐 스마트폰 이용자가 25억명에 달한다면서 챗봇 등 메신저 서비스가 앱을 잇는 차세대 시장 개척자(the next frontier)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메신저가 개인 일상정보와 관련된 업무를 맡는 사례는 계속 늘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이 사람의 필요성을 폭넓게 이해하는 인공지능 '중개자'(agent)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