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럭셔리?…기술은 명품급, 문제는 마케팅"
“K팝 K아트도 있는데, K럭셔리라고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전문기자인 수지 멘키스 인터내셔널 보그 편집장(사진)은 1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음악과 예술, 방송 콘텐츠 등 여러 부문에서 거세지고 있는 한류가 패션·명품업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한국은 기술 등의 능력은 갖췄으나 마케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패션·명품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마케팅 전략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멘키스는 20~21일 열리는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를 주관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세계 명품업계의 주요 인사가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올해엔 세계 30개국 500여명이 참석한다.

○“미래가 현재인 도시, 서울”

멘키스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인 애나 윈터 미국 보그 편집장과 함께 세계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패션 저널리스트로 꼽힌다. 멘키스가 기획·주관한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는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처음 열렸다. 두 번째 행사 개최지로 서울을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서울은 미래가 바로 현재일 만큼 빠르게 변하는 도시”라고 답했다. “개방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흥미로운 곳”이라고도 했다. 세계 패션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멘키스는 한국이 이를 활용해 명품 산업을 키울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코치 DKNY 셀린느 마이클코어스 등 유명 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를 내놓은 국내 핸드백업체 시몬느를 예로 들었다. 박은관 시몬느 창업주의 장녀이자 시몬느 가방 브랜드 ‘0914’의 총괄디렉터인 박주원 씨는 이번 행사 둘째날 세계 명품 산업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명품은 주관적인 것”

명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멘키스는 “내 감각을 자극하는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고 했다. “명품이란 누구나 알아보는 커다란 로고가 새겨진 비싼 가방이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명품 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가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찾아 계속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많은 명품 브랜드가 중국 도시마다 매장을 열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며 “이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프라다가 매장 축소 계획을 발표했듯 새로운 시장이 계속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 명품 브랜드들은 성공한 매장과 실패한 매장의 원인을 차분히 분석해봐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멘키스는 한국의 성형 문화에 대해서도 우호적으로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바꾸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부끄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멘키스는 “한국은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이런 현상을 숨기지 않고 배려하는 사회란 점에서 개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엔 박상훈 아이디병원 원장이 참석해 신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와 아시아 성형의 발전상에 대해 의견을 공유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