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협업 최적 파트너로 현대차 선택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척 로빈스가 19일 현대자동차와 커넥티드 카 개발 협업 구축 등을 위해 방한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존 챔버스 전임 CEO가 2004년 방한한 이래 12년 만이다.

주목할 점은 척 로빈스 CEO가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아시아 지역 첫 방문지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방한 첫 업무를 현대차 경영진과 함께한 것은 시스코의 전략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날 척 로빈스 CEO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만나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커넥티드 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 벤처업체를 찾아가 연구 진행 상황을 논의하는 등 국내 벤처 생태계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척 로빈스 CEO가 짧은 방한 기간에 많은 시간을 현대차와 함께한 것은 시스코가 현대차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시스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사물인터넷(IoE)'에서 찾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척 로빈스 CEO는 지난해 7월 이후 시스코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하면서 혁신의 가장 큰 화두는 '사물인터넷과 협업'이라고 종종 밝혀 왔다.

그는 20년 이상 네트워크 분야에서 근무해 온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난 1997년에 시스코에 합류, 경리부장으로 시작해 지역 및 운영 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CEO가 되기 직전에는 시스코 글로벌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척 로빈스는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세상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혀 왔다.

이번에 현대차와 미래차 개발에 손을 잡은 시스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스코의 주력 사업은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보안 분야로 해당 제품 특성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기업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브랜드가 선정하는 브랜드 순위에서도 지난해 15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할 뿐 아니라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다.

시스코의 최대 주력 사업군인 네트워크 라우터와 스위치 분야는 전 세계 시장 60~70%를 점하고 있다.

시스코는 1984년 설립된 이후 1990년대 들어 기업 인수 합병, 벤처기업과의 협업 등을 추진해 가며 네트워크 전반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 경쟁 심화에도 매출 492억 달러, 순이익 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스코는 기존 사업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게 만드는 사물인터넷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고 있다.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손잡은 것도 이러한 시스코의 미래 사업 확대 전략에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스코는 현대차 외에도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코의 장비를 구매하는 대신 시스코는 삼성전자로부터 서버 장비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2014년에는 삼성전자, 시스코, 구글 등 3개사가 지닌 특허를 1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는 동맹을 맺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SK텔레콤이 시스코와 사물인터넷 솔루션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2013년에는 KT가 시스코와 클라우드형 첨단 비디오 협업 솔루션 제공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