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GFK가 아시아 국가별 지난해 소형가전 성장세를 그래프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만 빨간 색으로 역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18일(현지시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GFK가 아시아 국가별 지난해 소형가전 성장세를 그래프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만 빨간 색으로 역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전세계적 소형 가전 유행 바람이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비켜나갔다. 1초당 50개 씩 소형가전이 지구촌에서 팔리지만 한국은 여전히 대형 가전의 천국이었다.

독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GFK의 우도 얀센(Udo Jansen) 소형가전담당 글로벌 디렉터는 18일(현지시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소형 시장 내 한국의 예외적 현상을 이 같이 소개했다.

GFK에 따르면 글로벌 가전 시장의 최근 키워드는 '소형'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 이외의 스틱형 청소기, 커피머신, 면도기, 믹서기, 로봇청소기, 토스트기 등이 소형 가전에 속한다. 고성능에 빼어난 디자인까지 겸비한 생활 밀착형 소형가전이 가전 시장의 트렌드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GFK는 관련 글로벌 판매 자료도 공개했다. 지난해 글로벌 소형가전 시장은 698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성장률이 32%로 가장 높았다. 2위가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이다. 중국 32%, 인도 15% 등 성장세가 가팔랐다.

북미(23%), 아프리카(6%), 남미(5%)를 압도할 만큼 이머징마켓인 아시아의 소형 가전 선호도는 높았다. 일본 역시 소형가전 성장세가 3%로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7% 역성장이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소형가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GFK는 일단 국내 가전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LG전자가 고가의 대형 가전 물품을 쏟아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형가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었다. GFK는 회사 브랜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급팽창하는 중국 가전 업계가 전세계 히트 소형가전 15개 품목에 6개나 이름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영국·독일 제품도 각각 2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국 다이슨의 무선 진공청소기를 전세계 최대 히트가전(스위트 스폿)' 1위로 꼽혔다. 다이슨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몇년새 무선 청소기와 로봇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 신제품을 앞다퉈 공개했지만 해외 지명도가 유명무실하다는게 GFK의 해석이었다.

감각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국내외 젊은 소비층이 소형 가전에 열광하는 사이 한국 전자기업이 또 트렌드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취재진 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에 모인 해외 취재진 및 관계자 일부도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가 소형 가전에 인색한 점이 특이하다"고 갸우뚱했다.

이미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와 소비자는 해외 소형 가전을 앞다퉈 국내에 들여와 소비하고 있다. 영국 다이슨의 무선 진공청소기와 일본 발뮤다 토스터기, 이탈리아 스메그의 스탠드믹서·전기포트·블렌더, 이탈리아 드롱기 커피 머신 등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트렌드의 중심인 강남 지역과 소비 파워를 갖춘 젊은 층이 그 유행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클럽 드 셰프', 'LG 시그니처' 등 마진율이 높은 프리미엄 대형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그간 각사가 전세계 매출 1등 품목으로 유지했던 제품들 위주다. '다품종 소량생산' 소형 가전은 부가가치가 낮아 그간 틈새 시장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쿡방(요리방송)', '집방(인터리어 방송)' 열풍은 실내 인테리어적 디자인에 작지만 강한 성능까지 겸비한 가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소형 가전 시장은 2009년 이후 매해 5% 내외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얀센 디렉터는 "소형가전 시장 성장 30%는 신제품·신기술이 창출하고 있다"며 "소형가전 개발 및 성공은 결국 아이디어와 창의력, 꾸준한 연구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콩=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