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운용사의 평균 지분율을 공개하고 지분 한도를 낮추는 등 대대적인 팁스 개선안을 내놓는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18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창업기업 육성정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검찰이 이번 주중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분 무상편취 혐의로 구속 기소하기로 함에 따라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주 청장은 “운용사의 지분율 상한을 40%에서 30%로 낮추는 안을 포함해 팁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팁스 운용사 지분율 상한 40→30%로 낮춘다
◆운용사 지분율 낮춰

다음달 공개될 팁스 가이드라인에는 운용사와 스타트업 간 투자 조건과 지분 인정 범위 등에서 보다 강화된 기준이 명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분율 상한을 정해두는 것 외에는 운용사와 스타트업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팁스는 벤처캐피털 등 팁스 운용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운용사는 컨설팅 등 무형 자산을 포함해 투자금의 최대 2배까지만 스타트업 지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분율 상한은 40%다.

호 대표는 투자한 1억원과 정부 지원금을 합쳐 지분율을 과도하게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분 무상편취를, 업계는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운용사 성과 평가체계 확립

중소기업청은 운용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도 구축한다. 당장 다음달부터 개별 운용사의 평균 지분율을 공개할 예정이다. 운용사의 운영성과에 대해서는 성과 평가체계도 도입한다. 사업화 투자 유치 등을 따져 신규 운용사 선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은 팁스 스타트업 158곳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팁스 운용사와 스타트업의 매출과 고용 수출 투자유치액 등을 토대로 불합리한 계약 등을 가려내는 중이다. 이를 토대로 운용사의 성과를 상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중소기업청은 ‘특화형 팁스’ 도입 방안도 내놨다. 첫 번째 특화 업종으로는 바이오 분야를 선정했다. 그동안 자유공모제로 팁스 업체를 선발하다 보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만 기업이 몰리고 있어서다. 주 청장은 “특화형 팁스를 통해 시장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스타 벤처기업을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청의 ‘뒷북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기업청이 서면조사 등을 통해 팁스와 관련된 문제점을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었지만 관련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 사이에서 팁스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며 “중소기업청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순배 중소기업청 창업진흥과장은 “신문고 등을 통해 접수된 공식 민원은 없지만 그런 소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 청장은 이날 팁스타운을 방문해 “팁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이를 확대해석해선 곤란하다”며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할 문제지만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벤처창업계에서 자칫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