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흉내내지 못하게 하라…'프리미엄 승부수' 띄운 기업들
최근 재계의 마케팅 키워드로 ‘프리미엄’이 뜨고 있다. 전자제품부터 자동차, 호텔, 통신 서비스까지 기업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소비자·기업 간) 기업뿐 아니라 기업과 거래하는 B2B(기업 간) 기업들도 프리미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범용 제품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삼성과 LG, 프리미엄 대결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4년 ‘셰프 컬렉션’을 내놓으며 프리미엄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의 셰프 컬렉션은 세계적 요리사들이 설계에 참여한 주방 가전이다. 냉장고,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됐다. 냉장고 가격이 대당 700만원을 넘어 당시까지는 국산 냉장고 중 가장 비쌌다.

LG전자는 지난달 ‘시그니처’ 브랜드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브랜드는 TV와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으로 구성됐다. 냉장고 가격은 대당 800만원에 이른다. LG전자는 앞서 나온 삼성전자의 셰프 컬렉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프리미엄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TV에서도 양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승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붙인 2세대 SUHD TV를 출시했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OLED TV 판매를 크게 늘려 올 1분기에는 판매량이 9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프리미엄 전략 성과 내는 현대차

지난해 11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은 현대자동차도 프리미엄 전략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량은 6859대로, 현대차 전체 판매량(6만2166대)의 11.03%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만 1만6477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달 3197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32.4% 늘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2개인 제네시스 차종을 6개까지 늘려 프리미엄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관련 전문지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100대 브랜드에서 제네시스는 46위를 차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조기 안착을 좌우할 EQ900(해외명 G90)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판매, 사후서비스(AS) 등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2B 기업도 프리미엄 제품에 ‘올인’

B2B 기업들도 프리미엄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자동차강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중국과 인도, 멕시코에 자동차강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태국에도 생산법인을 준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12개국에 26개 자동차강판 가공법인을 두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자체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 ‘넥슬렌’, 효성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와 타이어코드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범용 제품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와 상대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