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가 고공행진을 하자 일본이 G20(주요20개국)을 상대로 시장 개입 정당화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미국이 반기를 들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14∼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G20 국가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기자들에게 거듭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아소 재무상은 14일 "환율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관찰될 경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언급해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별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엔화 고공행진에도 외환시장은 질서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한 데 이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루 장관은 16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보낸 성명에서 일본을 겨냥, "세계경제가 불균등한 저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이웃국가들을 궁핍하게 하는 외환정책을 피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은 특히 (국내)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환율에 의존하기보다는 더 강력한 대응조치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 전환을 위한 개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WSJ는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일본 사이에 이같은 불협화음이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엔화강세에 베팅하는 세력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상 일본의 엔화 평가절하를 위해서는 미국의 후방지원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 약세 개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외환 트레이더들은 그간 G20 회의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IMF·세계은행 춘계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관한 한 우리는 (외환 시장) 개입이 합법적이라고 하는 데 대한 꽤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다"면서 "매우 파괴적인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달 들어 달러당 107엔까지 치솟았던 엔화가치는 일본 당국자들의 거듭된 개입 시사에 달러당 109엔까지 떨어졌다가 달러당 108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