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소방안전산업, 국민 관심이 키운다
갓, 모시, 돗자리, 가마…. 이런 것들은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전시된 조선의 물품이었다. 공식적인 국가전시관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수공예품 몇 점으로 동방의 조용한 나라인 조선을 세계만방에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각종 박람회에서 한국 제품은 세계인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람회 개최의 주된 목적은 수출증대나 고용증진같이 경제 활성화에 있지만 그 바탕은 자신감이다. 전시주제와 물품에 대해 최고라는 자부심이 없으면 그 박람회는 참가자를 구하기조차도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매년 봄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한국 안전산업의 자신감 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 도약을 한 것처럼 소방산업도 마치 화재현장을 달려가는 소방차처럼 급속하게 발전해왔다. 6·25전쟁 후 미군이 남겨두고 간 군용트럭을 소방차로 개조해서 쓰다가 여의도광장에서 첫 국산 소방차 시동식 행사를 개최한 것이 불과 40년 전인 1977년 일이다.

이제는 국산 소방제품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2004년부터 국제소방안전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기술을 안전산업에 접목하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것을 만나는 세상이 됐다. 작년 세계재난대응로봇올림픽에서는 KAIST의 휴보(Hubo)가 미국과 일본 등 로봇 선진국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인공지능로봇을 드론에 실어 재난현장으로 투입하는 기술과 같이 상상인 줄만 알던 것들이 차츰 현실이 되고 있다.

소방을 비롯해 한국의 안전산업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국내시장의 한계 때문에 생산측면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품목이 적지 않지만 기술적 잠재력은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제품화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무대로 진출해야만 한다.

박람회장은 현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개척하는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불과 12년 만에 세계 40여개 소방박람회 중 5대 박람회로 성장했고, 작년 2월에는 국제전시협회(UFI) 인증도 획득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박람회가 경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박람회에서는 외국업체 83개를 포함해 총 275개 업체가 참여해 944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6만6000여명이 관람했고 4350억원의 수출상담을 비롯해 6000억원 규모의 구매상담이 이뤄졌다.

소방산업은 관련 산업 및 정책분야와 융합될 때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에티오피아 등 11개국에 총 168대의 소방차를 무상원조한 사업은 도와주는 나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소화기는 집들이 선물이 되고 주택용 화재감지기는 효도상품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재난발생 시에만 사용하던 제품이 이제는 생활용품화돼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방제품도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 법적 의무의 이행 때문에 구매하던 시대를 넘어서 소비자의 욕구를 창출하고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규모 면에서 영세한 업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해외특허 취득이나 우수제품인증과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과 각계의 관심이 안전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된다. 오는 27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만나 볼 ‘소방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제13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박인용 < 국민안전처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