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부실기업 지원으로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 지원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5000억원어치를 현물출자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출자 과정에서 산은이 예기치 못한 5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내야할 상황에 처해서다.

산은은 “정부 방침에 따라 수은에 출자하는 것인데 왜 세금까지 내야 하냐”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세(稅) 경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금융위는 “세법에 예외를 둘 수는 없으니 산은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며 한 발 빼고 있다.
수출입은행 지원하려다 세금에 '발목' 잡힌 산업은행
○세금에 발목 잡힌 지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2월 산은에 LH 지분 5000억원어치를 현물출자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당초 산은은 지난달 말까지 출자를 완료하기로 했다. 지난해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5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는데, 이 가운데 1조6000억원을 수은이 부담할 예정이다.

이 여파로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산은에 현물출자를 요청한 것이다. 수은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0.11%에서 지난 3월 말 9.8%(잠정치)로 내려앉았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산은의 현물출자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 이유는 산은과 수은의 LH 지분 장부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산은이 가진 LH 지분 13.9%(3조7320억원)의 주당 장부가는 4950원(액면가 5000원)이다. 반면 수은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1조원어치의 LH 지분을 출자받았을 땐 장부가를 주당 9295원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산은이 LH 지분을 수은에 현물출자하면 수은 장부가와의 차액인 주당 4345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현행 세법에서는 현물출자를 양도와 같은 개념으로 보고 시세차익이 날 경우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법상 과세표준이 200억원 이상일 경우 22%의 세율이 적용돼 산은이 5000억원가량을 현물출자하면 5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산은이 해결할 문제”

산은 관계자는 “수은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출자하는 것인데 세금까지 낼 수는 없지 않겠냐”며 “기재부에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금융위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세법상 세금을 감면해 줄 수 없다는 의견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은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산은이 LH 지분보다 시세차익이 덜 발생하는 보유 지분을 수은에 출자하거나, 그냥 세금을 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산은이 왜 굳이 LH 지분을 출자한다고 해서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LH 지분 현물출자는 산은과 수은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이 수은에 LH 지분을 현물출자하기로 한 것은 금융위에서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며 “세금이 부담된다면 산은이 현물출자하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책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한 문제를 ‘나몰라라’하는 기재부와 금융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