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여력 있다면 재정 확대"…구조개혁 등 다른 정책 병행 권고
유일호 "내년 예산기조 고심"…재정건전성 우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모인 각국 경제 수장들이 저성장 극복을 대책을 놓고 충돌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G20 재무장관회의에선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통화, 재정, 구조개혁 등 모든 정책을 개별적 또는 종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제로 금리, 양적완화(대규모 채권 매입),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했지만 최근 여러 나라에서 성장세가 꺾이면서 통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계가 나타난 만큼, 통화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재정 투입, 구조개혁 등 다른 수단도 함께 써야 한다는 정책 권고다.

이런 합의를 둘러싼 각국의 속내는 모두 다르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쓰고 있는 일본,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제로 금리,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로다 하루히코(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미국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고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환율 전쟁,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의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하면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G20 재무장관들은 지난 2월 열린 상하이 회의에 이어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도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각국의 통화정책 여력이 갈수록 좁아지자 G20은 재정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G20은 공동성명에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최대한 재정을 풀어 수요를 진작해달라는 요구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에는 독일, 한국 등이 포함된다.

G20은 재정 확대와 함께 일자리,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도 강조하고 있다.

구조개혁을 이미 추진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재정 확대에 대한 내외부의 압박이 커진 셈이다.

IMF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7%로 낮춘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올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115%에 이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양호하다.

문제는 저성장으로 세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로 복지지출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국가채무 역시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혼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왜 협조하지 않느냐고 미국이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하고, IMF도 뒤따라 가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꼭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하겠지만, 아직은 편성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16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년 예산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기재정계획상 내년에도 재정 적자를 보게 돼 있으며 균형 재정으로는 못 간다"며 "이런 예산 기조 자체를 확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더 확장적 예산이 되려면 예산 증가율을 높이고 적자폭도 더 키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