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익스피디아 본사 11층 '유용성 실험실'.
연구원이 실험에 자원한 여성의 이마와 턱, 눈가에 전자 근운동기록기(Electro-myography·EMG)라 불리는 감정·시각 전달 센서 장치를 붙이고 하와이 여행을 위한 호텔 예약을 부탁했다.

이 여성은 곧 익스피디아 홈페이지에서 여러 호텔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EMG 센서는 이 여성의 동공이 머무는 지점을 연구원의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했다.

연구원 앞에는 여성이 보는 것과 같은 익스피디아 홈페이지에 동공의 움직임을 표시하는 화면 하나와 여성이 느끼는 감정상태를 그래프로 표시해 주는 화면 등 두 개의 컴퓨터 화면이 켜져 있다.

동공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각전달 센서는 이 여성의 시각이 주로 호텔의 가격과 별점 평가에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머무름을 알려줬다.

여성이 호텔을 검색하던 중 '매진'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리자 곧 스트레스를 의미하는 녹색 그래프가 연구원이 보는 화면에 요동쳤다.

다른 호텔을 검색하던 여성이 '특별 할인 행사 중'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미소 짓자 이번엔 '행복한 감정'을 의미하는 빨간색 그래프가 기복을 나타냈다.

고객이 익스피디아 홈페이지에 들어와 어떤 정보에 관심을 나타내고, 어떤 정보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등을 알아보는 이 실험은 45분간 이어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2년 전부터 EMG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행동 경향과 욕구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온라인 여행사업부서에서 출발한 만큼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 회사는 창립 후 처음 개최한 이번 국제기자간담회 기간에도 자사의 앞선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아만 부타니(Aman Bhutani) 익스피디아 대표는 실험 참관에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지난해에만 8억 달러(약 9천200억원)를 기술개발에 투자했다"면서 "매년 엄청난 양의 투자를 기술부문에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6년여간 익스피디아에서 기술 부문을 이끌어오다 지난해 6월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익스피디아그룹 총괄회장에 의해 익스피디아 대표로 임명됐다.

부타니 대표는 "익스피디아는 '실험과 교훈'이라는 철학 아래에 끊임없이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경쟁력 있는 여행사로 남을 수 있게 하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치에 따라 익스피디아는 매년 1천 건이 넘는 기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 오커스트롬(Mark Okerstrom) 익스피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4년 1천300건, 2015년 1천375건의 기술 실험을 진행했다"면서 "익스피디아만 해도 50개의 서로 다른 버전을 운영하며 매일 어느 것이 더 낫고 더 빠른지를 평가한다"고 전했다.

익스피디아는 현재 이런 기술 실험을 다양한 문화적 환경으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는 스페인, 독일, 한국, 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 EMG 실험 패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싱가포르에 아시아 총괄 실험실을 열 계획이다.

(시애틀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