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신용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DLS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만 정기예금보다 연 1%포인트가량의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파산 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적은 공기업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게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강남 부자들, '신용연계 DLS'에 꽂혔다
○300억 판매에 1500억 몰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신한·국민 등 주요 시중은행 PB센터에서 판매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용위험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판매 하루 만에 매진됐다. 총 300억원어치가 나왔는데 각 은행 PB센터에 접수된 총 투자금액은 이보다 다섯 배 많은 1500억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은행별로 물량을 나누다 보니 판매 한도는 정해져 있는데 투자 문의가 너무 많아서 상당수 고객들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LH가 1년3개월 안에 파산하거나 채무불이행, 채무재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연 2.1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은행 PB센터 등을 통해 나오는 신용연계 DLS는 최소 5000만원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LH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주로 AAA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공기업의 신용사건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신용연계 DLS는 몇 년 전만 해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나 법인 고객 등 이른바 ‘큰손’의 단기 자금 운용처로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연 2% 안팎의 수익을 제시하는 신용연계 DLS는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 개인영업부장은 “은행 고객은 증권사 고객에 비해 원금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기초자산만 튼튼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자산가들이 장기 투자처를 찾기 전까지 일시적인 투자처로 신용연계 DLS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자산 신용도 살펴야

투자 수요가 늘면서 1분기에만 신용연계 DLS는 1조4978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76% 증가했다.

신용연계 DLS는 사전 수요 조사를 한 뒤 발행되는 경우가 많아 10건 중 8건꼴로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다.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자 금융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GS칼텍스 등 민간 기업의 신용사건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용연계 DLS도 내놓고 있다.

다만 원금 보전을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되는 기업의 신용도 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원유 DLS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과 같은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신용연계 DLS는 중간에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한 투자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도 등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기초자산의 신용등급과 업황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파생결합증권(DLS)

derivative linked securities. 주가지수나 주식과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지만 연계되는 자산 종류가 다르다. 이자율, 통화, 원자재, 기업 신용 등과 연계해 미리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 수익률을 지급한다. 신용연계 DLS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파산, 채무불이행 등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