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일반 상선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 특수선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전담해 건조하는 형식으로 재편된다. 영도조선소에서 상선과 특수선을 모두 건조하는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면 계속해서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게 채권단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도조선소 상선 부문을 정리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노동조합 및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진중공업, 이익 내는 '특수선 사업'에 집중
◆경쟁력 갖춘 회사로 전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총 3개의 도크(선박 건조시설)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도크의 길이는 200~300m로 다른 대형 조선사 도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국 조선사의 주요 먹거리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영도조선소가 건조하는 주요 선박은 중형 유조선 및 중형 컨테이너선이다. 이들은 중국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선박 종류다. 중국 조선사에 비해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선 분야에서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채권단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 3월이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수주한 상선 물량 인도가 마무리된다”며 “추가 수주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상선 부문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영도조선소 자체를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특수선 부문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한진중공업의 특수선 부문은 군 수송함과 상륙함, 전투함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 다목적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도 한진중공업이 건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이 특수선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각각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선종이 다르다”며 “고유 기술이 필요한 사업 부문이기 때문에 한진중공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비크조선소는 2009년 완공된 이후 초대형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m짜리 컨테이너 2만600개를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선(2만600TEU급)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비크조선소에 있는 제6도크의 길이는 550m에 달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외에 초대형 유조선, LNG선은 물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같은 대형 해양플랜트도 건조할 수 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전문 조선사로 전환하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도조선소의 매출 가운데 약 70%는 상선에서 나온다. 고용 인력 규모도 상선 부문이 더 크다.

◆조선산업 구조조정 신호탄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구조조정을 계기로 조선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선박 발주가 급감해 ‘수주절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선사 지원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들의 지난 1분기 수주량은 15년 만에 최저다. 수주량 1위인 중국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유하고 있는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 잔량 역시 2004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 간 사업 통폐합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미 인원 감축 및 임금 삭감 등을 수용한다는 확약서(동의서)를 제출해 달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채권단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대대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치권 역시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