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중국 소비재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중국 소비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진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소비재소매총액은 4조8천316억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 3천506억달러의 13.7배에 달했다.

중국의 소비재소매총액은 2014년에는 전년 대비 5천51억달러가 늘었고 2015년에는 전년 대비 4천197억달러가 증가하는 등 해마다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곽복선 경성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2014년과 2015년 소비시장 규모가 각각 전년 대비 188억달러, 90억달러 늘어난 데 반해 중국 소비시장은 규모 확대 폭이 매우 크다"며 "해마다 한국 소비시장이 1∼1.5개 정도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마다 규모가 불어나는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려고 전 세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대중(對中)교역에서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재 분야에서는 오히려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대중무역수지 흑자는 469억달러였지만 소비재 무역수지는 12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2010∼2015년 5년 동안 대중 소비재 수입은 50억 달러 증가한 데 반해 대중 소비재 수출은 10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전체 소비시장에서 한국수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FOB 기준)도 0.17% 수준에 불과했다.

곽 교수는 "물류비와 유통마진 등 중국 내에서의 유통 가격을 고려했을 때 중국 소비시장에서 한국 수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수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최근 중국 소비시장 여건이 한국 기업 진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계층별, 세대별, 트렌드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을 최우선시하는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데다 소비의 86%를 차지하는 도시 지역 주민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해 선진국형 소비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에서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초과하는 100개 도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중·고가의 IT통신, 웰빙, 문화 상품 등에 대한 소비 기반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중국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면 세분화된 지역·고객·가격 타게팅과 정확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며 "도시별 시장진출 로드맵을 작성해 지역 세분화 족집게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소비시장에서는 계층·세대·성별에 따른 소비패턴의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인터넷세대로 자란 일자녀 세대(소황제 세대)가 소비시장 주력으로 떠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