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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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말 처음 한국에 들어온 커피는 한자로 음역한 ‘가비(加比)’ ‘가배차’ 또는 ‘서양의 탕국’이라는 의미의 ‘양탕국(洋湯麴)’ 등으로 불렸다. 도입 당시 커피는 소수 특권층만 마실 수 있는 음료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마시는 일상적인 음료가 됐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볶지 않은 커피 원두(생두) 수입량은 13만7795t(5억4705만달러)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3.5배 증가한 수치다. 에스프레소 샷 한 잔에 사용되는 원두가 10g인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27억7950만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20세 이상 인구가 커피를 주로 마신다고 봤을 때 국민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약 360잔이다. 음료 등 제품 형태로 소비하는 것과 볶아 수입하는 원두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량은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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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주당 커피 섭취량 통계(2013년)에서 커피는 한국인의 주식인 김치와 쌀밥을 넘어섰다. 조사 대상자들은 1주일에 평균 12.3회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배추김치는 11.8회, 쌀밥은 7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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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커피 전문점들은 고급 커피를 파는 특수 매장을 통해 높은 품질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엄선한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판매하는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가격이 두 배 비싼 프리미엄 커피 ‘리저브 커피’의 누적 판매량은 50만잔을 넘어섰다.

엔제리너스는 서울 광화문점을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맛과 향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원두를 사용해 추출한 커피를 통칭하는 말이다. 폴바셋 매장 중 일부 고급화 매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 도구를 설명해준 뒤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위드 바리스타’ 메뉴를 내놓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고급 원두의 양도 크게 늘었다. 원두 수입량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2005년 2t에서 지난해 23t으로, 예멘 모카 마타리는 2007년 3t에서 지난해 22t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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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커피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커피점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저가 커피를 찾으면서 ‘가격 파괴’ 브랜드와 편의점 커피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 매출은 전년 대비 87.7%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네 배나 늘었다. GS25도 지난 1분기 원두커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1.7% 늘었다고 밝혔다.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품질을 어느 정도 유지해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를 높였다는 점에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양한 커피 음료도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커피 음료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인스턴트 커피 중에서도 냉장 보관해 곧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to-drink)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매일유업은 바리스타와 카페라떼 두 개 브랜드로 3년 연속 국내 컵커피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도 각각 칸타타와 조지아 커피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도 유명 바리스타와 협업해 생산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콜드브루)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커피 시장이 커지자 제과회사들도 커피에 어울리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바나나를 ‘애프터눈티 디저트’로 추천했다. 농심은 바나나킥을 커피와 어울리는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