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골목에 삼겹살집 창업…3500원 점심 메뉴로 입소문

[상권 19] 죽은 상권에서 '월 매출 2400만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2014년 7월 오경목 사장이 용산의 ‘인쇄 골목’에 삼겹살 집 간판을 내걸었을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2014년 11월 청년장사꾼이 들어오며 지금은 ‘열정도’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곳은 공터나 다름없었다. 재개발 소문에 그나마 동네에 몇 안 되는 가게들도 서둘러 빠져나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창업 준비에 한창이던 2014년 초반 무렵은 용산더프라임을 비롯해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인쇄소 골목 주변으로 속속 자리 잡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 오피스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이용할 만한 음식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재개발 위기를 창업의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주방 개방하고 점심 공깃밥은 무료

여러 입지 조건을 분석해 확신을 갖고 문을 열었지만 처음 몇 달은 가게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좁은 골목에 괜찮은 식당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으니 애초에 고객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때 오 사장이 내세운 전략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직장인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착한 가격’이다.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는 4500원, 된장찌개와 순두부는 3500원에 팔았다. 인근 음식점에서 같은 메뉴가 5500원인 것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금액이다.

오 사장은 “창업할 때부터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던 덕분에 음식 값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을 의심하는 손님도 있다. 오 사장은 손님들의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오픈 키친으로 주방을 구성했다. 고기는 마장동 육가공 업체에서 가져온 1등급 고기만을 취급했고 메뉴판에 주재료인 고기와 김치의 원산지를 표기했다.

오 사장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품질과 서비스까지 저렴해선 안 된다”며 “품질과 서비스 외 다른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입소문 마케팅’이다. 근처 직장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하기보다 인근의 상주인구를 타깃으로 고정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3500원짜리 점심 메뉴를 팔면서 높은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 사장은 점심 고객들을 최고로 대접한다. 점심에 찌개를 시키면 공깃밥은 무료다.

좁은 지역에 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이러한 일공오삼겹살의 서비스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졌다. 2년이 넘은 지금 일공오삼겹살에는 하루 평균 120명의 고객이 찾는다. 월 매출은 2400만원 수준이다.

오 사장은 “점심에는 수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손님들에게 가게를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점심에 찌개를 먹고 간 손님이 저녁에 고기를 먹으러 다시 찾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주재익 인턴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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