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규제만 완화해도 장년층 일자리가 9만개 생길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한경 4월12일자 A1, 4면).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족인력(15만명)의 60%는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견 규제가 풀리면 최소 9만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파견법은 컴퓨터·사무보조·디자이너 등 32개 업종에서 최장 2년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이 법을 어기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파견법의 문제는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금형·주조 등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고, 55세 이상 근로자에겐 파견 규제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을 지난 2년여간 추진해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노동개혁’ 논의에서도 핫이슈였다. 노동계가 ‘뿌리산업 파견을 허용하더라도 대기업에 파견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해달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파견이야말로 노동 약자들이 비교적 안정된 자리에서 적정한 임금(현재 월평균 158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업종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들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다. 55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파견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0.79%밖에 안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퇴직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다. 55세 이상에선 비자발적 창업이 49.4%나 된다. 파견직으로 충분히 일할 만한 사람이 자영업자가 돼 5년 생존율 28.1%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노동계가 입에 달고 있는 ‘비정규직 양산 반대’는 사실은 정규직 보호의 다른 이름이다. 기존 노조원, 정규직이 하는 일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침범하는 어떤 형태의 고용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지독한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임기 안에라도 파견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이렇게 쉬운 일자리 창출 정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