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국민 우리 기업 등 네 개 은행이 11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14일 ISA를 출시한 뒤 신탁형 ISA만 판매하던 은행권이 일임형 상품을 내놓고 증권회사들과 본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투자 대상을 고르는 신탁형 ISA와 달리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투자 성향에 맞춰 알아서 돈을 굴리는 상품이다.

은행권이 이날 공개한 일임형 ISA의 모델포트폴리오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이 찍혔다. 중위험 상품 기준으로 연 4~5%의 기대 수익률을 제시해 증권사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은행권 고객 성향에 맞춘 것이란 풀이다.
은행권 "일임형 ISA 기대수익률 연 4~5%"…안정성에 초점
○신한·기업 등 초고위험 상품 제외

은행권 "일임형 ISA 기대수익률 연 4~5%"…안정성에 초점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안정성을 강조한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포트폴리오에서 초고위험을 아예 제외했다. ISA의 취지가 국민 재산 늘리기인 만큼 변동성이 큰 위험 자산에 편중된 운용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투자리서치 전문업체 모닝스타와 손잡고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세 가지 투자성향별로 각각 보수형과 적극형으로 나눴고 초저위험 투자성향엔 별다른 구분을 두지 않아 7개 모델포트폴리오를 꾸렸다. 초저위험에는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30%, 국내 채권형 펀드에 70%를 배분하고, 저위험 성향엔 채권 관련 혼합 파생상품을 일부 포함했다. 중위험부터는 주식형 펀드가 추가되고, 고위험에는 해외 주식·채권형 펀드를 넣었으며 파생결합증권 편입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도 초고위험을 판매 대상에서 제외했다. 투자 성향별로 모델포트폴리오를 일반형인 스마트형과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플러스형으로 나눴다.

국민은행은 초저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10개 모델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10개 중 6개에서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투자 목적을 더 세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수익률 제고에 집중했다. 초저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10개 모델포트폴리오 중에서 중위험에만 3개를 배치했다.

○“안정성 앞세워 시장 넓힐 것”

은행의 일임형 ISA는 안정 지향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선 현금이나 채권형 펀드를,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주식형 펀드 비중을 높였다는 점 등에서 증권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사처럼 국내와 해외 주식·채권형 펀드는 물론 원자재 투자도 가능하다.

그러나 연 6~7%가량의 높은 기대 수익률을 내건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의 일임형 ISA는 대체로 이보다 1~2%포인트 낮은 연 4~5%의 기대 수익률(중위험 상품 기준)을 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성향의 고객이 많은 은행에서는 일임형이지만 꾸준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일임형 ISA 수수료는 초저위험은 연 0.1% 안팎, 고위험은 연 0.5% 이상으로 증권회사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일임형 ISA에 가입할 때는 신탁형에 비해 금융회사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현식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아직 네 개 은행만 일임형 ISA를 출시해 첫날 각 은행 영업점은 한산했지만 판매 은행이 늘고 편입 상품이 더 확대되면 소비자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이현일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