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분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실적이 부진하던 엔씨소프트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대형 신작게임을 쏟아내고 해외시장 공략과 사업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게임명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2의 창업’에 버금가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7개 신작으로 게임 명가 재건"
○올해 화두는 모바일과 글로벌

엔씨소프트는 최근 5~6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2010년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국내 게임업체가 활발히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과 해외시장 모두에서 주목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업체 중 매출이 가장 많던 엔씨소프트는 2009년 넥슨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등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이 급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선전한 넷마블에 2위 자리마저 내주고 3위로 물러났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매출은 8383억원으로 전년도(8387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도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1분기부터 신작을 내놨다. 지난달 중국에서 첫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을 출시했다. 출시되자마자 중국 모바일 게임 순위 5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반기에는 모바일 게임 3개가 나올 예정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의 모바일 버전인 ‘아이온 레기온즈’를 필두로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 게임 2종이 하반기에 첫선을 보인다. 중국에서 호평받은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은 상반기 중 한국과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차기작인 ‘리니지 이터널’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게임으로 엔씨소프트가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이다. 신작 총쏘기 게임인 ‘마스터X마스터(MXM)’도 올 하반기 중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현지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매출 1조원 넘겠다”

올해 안에 엔씨소프트가 선보이는 게임만 6개다. 이 회사가 한 해에 이처럼 많은 자체 개발 대작 게임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1997년 설립 이래 19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문을 연 모바일 게임 제작 스튜디오에서도 3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1개는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국내외에서 출시되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은 7개가 된다. 미국 스튜디오는 북미 법인을 총괄하는 윤송이 사장(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부인)의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업다각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선 게임과 연관된 분야의 첨단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올초 가상현실(VR) 전담팀을 신설했다. VR 분야 개발자뿐 아니라 콘텐츠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세대 대작 게임에 쓰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도 주력 분야 중 하나다. AI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인 리니지 이터널의 던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게임 중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자연어 처리 기술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고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해 게임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해외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올해 화두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며 “대작 모바일 게임 출시를 통해 일부 업체에 편중된 시장에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