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안혜원 기자 ]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이 유료화됐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전국에 설치된 전기자동차(EV) 공공급속충전시설(337곳)에서 돈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국내 전기차 보급 속도가 유럽, 북미 등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소비자의 EV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고, 전기차 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는 이날 시범사업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했던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용료를 kWh당 313.1원씩 부과한다고 밝혔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 충전사업자의 육성을 위해 충전요금 유료화를 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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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 유료화' 시기적으로 적절한가?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충전 유료화 정책이 해외 자동차 시장 추세와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연간 7만대 수준으로 전기차 보급이 일반화된 미국에선 전기차 충전 요금을 징수하고 있지만 kWh당 평균 12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139원에 불과하다.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 닛산 등은 자체 충전시설과 지원금을 통해 무료 충전을 제공한다.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5500여대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올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물량은 8000대로 작년보다 2배 늘었으나 여전히 미국 시장과의 보급 격차는 9배에 달한다. 반면 요금 수준은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전문가들은 민간충전 사업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 정부가 제시한 요금 수준보다 더 비싸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휘발유 시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통상 민간 업자들의 경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요금 가이드라인보다는 약간 더 비싼 요금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는 테슬라 슈퍼차저 등 민간 기업들이 무료로 급속충전을 지원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부 시책에 따라 유료 서비스화 될 수 있다"면서 "테슬라 붐 등으로 한국 시장에 수입 전기차 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 완성차, EV 판매에 영향 줄듯

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구입 보조금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기차 보급률을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당초보다 200만원 삭감했으며, 완속 충전기 지원금도 6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낮췄다.

당장 전기차를 팔아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정부 정책이 달갑지 만은 않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 전기차 4000대를 팔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물량의 절반이다. 충전소 유료화에 맞춰 전기차 구매자에게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공용주차장 반값 이용 등 정부의 균형 있는 전기차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요금을 유료로 전환하면 전기차 구매자들이 아무래도 차를 사길 꺼리게 될 것"이라며 "보조금 외에도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M3 전기차를 1000대 이상 판매한 르노삼성도 마찬가지. 르노삼성 관계자는 "SM3 전기차를 풀 충전하면 대략 8000원이 들고 400㎞ 주행하려면 2만4000원의 전기요금을 써야 한다"며 "대신 SM3 전기차가 동급 휘발유 차보단 6배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가운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환경이 가장 우수한 제주특별자치도청 역시 충전 유료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형은 제주도청 전기차육성담당 계장은 "국내 전기차 관련 산업이 초기 단계인데 유료 전환은 시기상조"라며 "전기차 공모 열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적게는 테슬라 영향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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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