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한국법인을 불과 35억원에 중국 안방보험에 넘겼다는 주초 한경 특종보도는 여러가지 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어젯자 본란에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한국을 떠나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것만이 논점은 아니다.

알리안츠는 지난해 870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35억원은 16조원의 자산규모와 국내 11위 생명보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정도의 헐값이다. 몇몇 PEF(사모펀드)가 2000억원 넘는 매수가를 제시했는데도 알리안츠는 ‘대주주 적격심사’ 통과에 유리한 안방을 택했다는 풍문도 있다. 야반도주하듯 ‘탈(脫)한국’을 서둘러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보험산업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된 지 벌써 10여년이다. 끝 모를 저금리에 보험자산을 굴릴 곳은 여의치 않다. 과거 고금리시절 판매한 연 7%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만도 보험업계 전체로 92조원이다. 반면 운용자산수익률은 기껏 3%대이니 역마진은 구조적이다. 보험사들은 보유채권을 내다파는 등의 편법으로 역마진을 메워가는 중이다. 장부가로 기재된 ‘만기보유증권’을 시가평가하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슬며시 재분류하는 꼼수도 동원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시점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2020년 개정된 IFRS가 시행되면 부채도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이 확충해야 하는 자본금이 무려 42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런 위험들이 지금 보험사들의 장기적 경영전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알리안츠는 떠나면 그만이다. 보험사 경영진과 금융당국자들은 내 임기 동안은 괜찮을 거라며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