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속복합기 '고속 질주'…'3강' 캐논·리코·제록스 제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본격 진출한 ‘A3 고속복합기’(60ppm대:1분에 60장 이상 복사) 시장에서 첫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캐논, 리코와 미국 제록스 등이 수십년째 장악해온 이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8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A3 고속복합기 중 삼성전자의 MX7 표준형(사진)이 758대 판매돼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샤프 제품이 607대로 2위, 삼성전자의 MX7 고급형이 591대로 3위를 기록했다. 제록스는 457대를 팔아 4위에 그쳤다. 전체 시장에선 아직 20위권인 삼성전자가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A3 고속복합기는 고가의 사무기기다. 복사 속도가 빨라야 할 뿐 아니라 내구성도 중요해 기술 장벽이 높다. 그동안 캐논, 리코 등 일본 업체가 20년 넘게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은 기술 특허를 무상 수준으로 공유하며 기술 장벽을 쌓아왔다. 또 주요 시장을 지역별로 나눠 영업하거나 가격경쟁을 지양하는 식의 담합을 많이 했다.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2년이다. 2014년 시장점유율은 3%로 8위에 불과했다. 시장 1~3위인 캐논(19%) 리코(18%) 제록스(16%) 등엔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MX7이 출시된 뒤 시장 반응이 달라졌다.

MX7은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야심작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불가능을 없애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김기호 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보유한 정보기술(IT) 노하우를 프린터에 적용해 성능을 높였다. MX7이 삼성에서 제작한 첫 60ppm대 A3 복합기임에도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 미국 프린터 전문지 인더스트리애널리스트가 시행한 100만장 연속 출력 시험을 통과했다. 3개월간 매일 1만장 이상 출력했지만 고장나지 않았다. 보통은 30만장을 연속 출력하면 인쇄 품질이 떨어진다. 시장 1~3위만 통과한 시험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이 삼성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본 업체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유통망에 ‘삼성 제품은 취급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A3 복합기 전체 시장에서 선두는 아니지만 MX7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업계에선 2~3년 안에 시장 구도가 바뀔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