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올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뒤 시장의 이목은 '2분기 성적표'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문 경쟁력 회복 등에 힘입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과 환율 및 마케팅 비용 등으로 실적 둔화세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향후 주가에 대해서는 1분기 호실적이 선반영된 측면을 고려해 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 2분기 영업익 전망치 5조8천억~6조8천억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올해 1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6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4분기(6조1천400억원)보다 7.49%, 작년 동기(5조9천800억원)보다는 10.37% 증가한 것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이날 일제히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5조8천억원에서 6조8천억원 사이를 제시했다.

밴드 상·하단 격차가 1조 원이나 될 정도로 증권사마다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스마트폰 부문의 경쟁력 회복에 주목했다.

이번 깜짝 실적의 1등 공신으로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갤럭시S7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2분기 영업이익으로 6조7천700억원을 전망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7 효과 등에 따른 IM(IT·모바일) 부문의 선전, LCD 부문 적자폭 축소에 의한 디스플레이 부문의 개선,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의한 소비자가전(CE) 부문 실적 호조 등으로 2분기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으로 6조3천억원을 전망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분의 강화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6조원대의 안정적인 분기별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 마케팅 비용 상승, 갤럭시S7 기대감 선반영 등을 고려할 때 2분기 실적이 다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조금 더 우세한 상황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갤럭시S7과 원화약세로 '깜짝 실적'을 냈지만 이런 호실적이 2분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2분기 갤럭시S7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마케팅비 증가로 IM(IT·모바일) 부문 수익성이 재차 하락할 것"이라며 "경쟁 D램 업체들의 움직임과 최근 원화 강세를 감안할 때 메모리 반도체 부문도 전분기 대비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눈높이를 '5조원대'로 낮춘 증권사들도 있다.

2분기 영업이익으로 5조8천억원을 제시하며 가장 보수적인 수치를 제시한 IBK투자증권의 이승우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이 1~2월 대비 많이 낮아진 데다가 갤럭시 S7 효과도 2분기에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2분기 영업이익으로 5조9천억원을 추정하며 "갤럭시S7의 초반 출하량이 매우 커서 상대적으로 2분기에 증가하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 보일 듯

향후 삼성전자 주가를 놓고는 대체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호실적은 큰 호재이지만, 이미 시장이 예상해 온 측면이 있어 주가에 선반영된 재료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는 130만원 수준까지 오르며 1월 장중 저점(108만8천원)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노근창 연구원은 "1분기 호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갤럭시S7의 판매 방향성이 확인될 때까지 주가는 120만∼130만원대의 박스권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가는 지배구조 변경 등에 따른 배당 증가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일정 구간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주가 150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나서는 점은 주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 연구원은 "실적 개선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이익 환원 정책, 매력적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등을 고려해 목표주가 160만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정보기술(IT) 제품이 출시된다면 주가의 리레이팅(재평가)이 가능하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150만원에서 15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