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적자에도…황당한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에 기본급을 5% 이상(호봉 승급분 제외) 올리고, 매년 조합원 100명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달라고 7일 요구했다. 회사가 지난 2년간 4조78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울산 본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회사는 1년에 1회 이상 조합에서 요청한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준다”는 문구를 단체협약 개정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 회사 단체협약에는 매년 30명 이상 해외연수를 보내주도록 돼 있다.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1주일간 현지 문화 탐방식으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인 회사에 노조가 더 많은 조합원을 해외여행 보내달라고 떼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과 직무환경수당을 인상하고 성과급 지급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요구안에는 전년도 퇴직자 수만큼 신규 사원을 뽑아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경영이 더 악화되더라도 정규직 근로자를 줄이지 말라는 얘기다. 또 2012년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있다. 노조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이면 연간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임단협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 회사 노조는 2014년부터 2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