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부터 쌀막걸리까지…바나나에 반하다
“바나나 맛 막걸리가 팔리겠습니까.”

2014년 국순당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해외시장조사팀이 바나나 맛 막걸리를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대부분 임원이 반대했다. 막걸리를 주로 마시는 40~50대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무진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바나나만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고 인기있는 과일은 없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임원들을 설득했다. 경영진은 실무진의 손을 들어줬다. 2년간 연구를 거쳐 국순당은 7일 ‘국순당 쌀 바나나’ 막걸리를 내놨다. 식품 시장에 불고 있는 바나나 열풍이 주류 시장에까지 번진 것이다.

○식품업계 화두는 바나나

초코파이부터 쌀막걸리까지…바나나에 반하다
1974년 빙그레는 바나나우유를 내놨다. 이후 40여년간 바나나 맛 식품 중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바나나우유 외엔 ‘바나나킥’ 과자 정도였다. 이와 비교하면 올봄 식품 시장에 부는 바나나 바람은 ‘열풍’이라고 부를 만하다. 젤리부터 아이스크림, 파이, 막걸리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불을 붙인 것은 파이 제품이다. 지난달 나온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롯데제과의 ‘몽쉘통통 바나나’도 3주 만에 약 960만개가 팔렸다. 두 회사 모두 바나나 제품 인기에 생산 라인을 늘렸다.

다른 식품회사도 바나나 열풍에 올라탔다. 롯데제과는 ‘말랑카우 바나나’를 내놓은 데 이어 ‘칸쵸 바나나’ ‘바나나 먹은 감자칩’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빙그레는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30년 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투게더’에 바나나 맛을 첨가한 제품을 최근 내놓았다.

바나나 열풍을 술 시장에서 이어가고 있는 국순당의 고봉환 팀장은 “지난달부터 시제품 판매를 했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통업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막걸리 소비층을 20~30대로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나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바나나를 첨가한 제품을 내놓는 것을 망설였다. 바나나는 흔하고 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바나나가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한동하 한방내과 전문의는 “바나나는 음식을 섭치한 뒤 혈당이 상승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혈당지수가 낮고 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며 “칼륨과 마그네슘이 많아 혈압을 조절하고 동맥경화, 심장질환, 중풍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과일 매출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바나나가 1위에 올랐다. 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나나 수입액은 3억1700만달러(약 3655억원)로 2011년(2억4600만달러)보다 29% 늘어났다. 원래 바나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품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바나나 제품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에게도 인기다. 임현산 빙그레 식품연구소 차장은 “바나나우유는 유커들의 필수 쇼핑 품목 중 하나”라며 “바나나 제품은 중국 대만 등 중화권에 진출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