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깜짝 실적 뒤엔 '덩치보다 수익' 경영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의 특징 중 하나는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작년 4분기에 비해 매출은 8.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5% 늘어 영업이익률 13.5%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 11.5%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올해 수익성에 집중하기로 사업전략을 바꾼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29일 열린 사장단 세미나에서 “2016년에는 매출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매년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2013년 228조원을 정점으로 매출이 2014년 206조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200조원에 턱걸이했다. 2020년 매출 400조원을 목표로 세웠던 삼성전자는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그동안 영업과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매출보다 수익성에 집중키로 방향을 튼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통화 약세 및 원자재값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등으로 판매가 3년째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작년까지는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영업 등에서 무리수를 두기도 했지만, 올해는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보다는 시장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부문은 공격적 공정전환과 생산물량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7도 혁신적으로 기획하기보다 갤럭시S6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TV 신제품 출시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추고 지난해 재고를 충분히 소진했다. 재고를 빨리 팔려면 값을 낮춰야 해서다. 가전도 디자인 아이덴티티(DI)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올해 신제품은 디자인을 소폭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관리비용 절감을 시행 중이다. 판매관리비가 2013년 54조2113억원에서 2014년 52조9021억원, 지난해 50조757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년 전보다 연간 3조5000억원가량을 덜 쓴 것이다. 작년 말 구조조정을 시행, 임원 수를 120명 이상 줄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판매관리비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본격화하면 영업이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