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프랑스에도 뒤졌다
한국 조선사들의 올 1분기 수주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물론 그동안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여겨지던 프랑스, 이탈리아에도 뒤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지난해 수주 실적에서 세계 10위권 밖이었다.

6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3월 한국 조선사들은 총 17만1188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수주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8분의 1, 전년 동기 대비 1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01년 4분기(16만5168CGT)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다. 이 기간에 국내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1분기 수주량 1위는 중국(182만3764CGT)이 차지했다. 세계 발주량의 49%가 중국 조선사에 몰렸다. 프랑스(32만5280CGT)와 이탈리아(20만6387CGT)가 그 뒤를 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크루즈선 2척과 3척을 수주해 한국을 제쳤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1분기에 총 8척의 선박을 수주했지만 모두 중소형이다 보니 규모가 큰 크루즈선을 수주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뒤졌다”며 “한국이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잡은 1990년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수주량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수주 가뭄’에 조선사가 보유한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도 감소세다. 지난달 말 한국의 수주잔량은 2759만2602CGT로, 2004년 4월 말(2751만9610CGT)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주잔량이 줄어들수록 조선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지금 수준의 수주 가뭄이 계속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에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