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부터 중소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손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다. 기술 유출 사건의 재판 기간을 줄이기 위한 집중심리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구자열 민간위원장(LS그룹 회장) 주재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종합대책’을 심의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구제 실효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우선 중소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벌금액을 기존의 열 배로 올렸다.

형사처벌 대상도 확대했다. 종전에는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취득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했다. 앞으로는 영업비밀 사용 권한이 소멸된 뒤 해당 영업비밀을 보유·유출한 경우도 처벌한다. 상품디자인을 베끼는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재판 기간도 대폭 줄어든다. 지금도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가처분제도가 있지만, 판결까지 1년 이상이 걸리는 등 제때 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술 유출과 관련한 형사사건 관할을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에 주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한다. 기술 유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증거 확보와 기소를 위한 신고 제도도 강화했다. 기술 유출 사건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7개 지방경찰청에 전담수사팀을 신설한다. 대기업이 하도급 관계를 악용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직권조사도 시행할 계획이다. 로봇과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신고 대상 기술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 총리는 “기술 유출 사건은 초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다르다”며 “신고·상담부터 기소·재판에 이르기까지 전 부처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