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평소 성품처럼 소탈한 길을 택했다.

노환으로 5일 오후 별세한 임 창업회장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최초의 국산 조미료를 탄생시킨 1세대 대표 기업인의 장례 절차는 외부 조문을 일절 받지않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지고 있다.

6일 오후 임 창업회장의 빈소에는 친인척과 대상그룹 임원 일부만 빈소 내부에서 고인을 기리는 모습이었다.

상주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조문객을 맞고 있으며, 임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임상민 대상 상무도 빈소를 지키고 있다.

유가족과 대상그룹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외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하고 있으며,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이나 조화도 돌려보내고 있다.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취재진이 몰리는 일반적인 재계 원로의 장례식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내부 전광판에도 임 창업회장의 빈소 안내는 빠져 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고인이 워낙 검소하신 분이어서 생전에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고 말씀해 오신 것으로 안다"며 "임창욱 명예회장도 창업회장의 영향을 받아 집안일 등을 외부에 밝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임 창업회장은 경영 일선에 있을 때에도 대외 접촉을 거의 하지 않고 집무실에 머물며 연구·개발에만 집중하는 기업가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미국의 은둔형 갑부였던 하워드 휴스와 비교되며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가풍 속에서 지난해 12월 28일 임상민 상무의 결혼식 역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임상민 상무와 5살 연하의 금융인 국유진 씨의 결혼식은 대상그룹 임원들에게도 예식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고 가까운 친지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대상그룹은 경영진의 뜻에 따라 사회공헌활동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대부분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창업회장 발인은 8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라북도 정읍 선영이다.

대상그룹은 임 창업회장의 별세를 알리는 부고도 내지 않았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회사장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한 것"이라며 "상중에는 어떤 자료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마친 뒤 감사의 글 형식으로 별세 소식을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