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10엔을 밑돌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2014년 10월 말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5일(미국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0엔을 밑돈 109.94엔까지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하락하면 엔화 가치는 상승한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10엔을 밑돈 것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양적완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2014년 10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당시 아베 정부는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해 기업 수출이 늘어나면 개인의 임금이 상승해 개인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양적완화 규모를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는 부양책을 단행했다.

엔화 가치가 1년 6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 기조가 심화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가 낮아지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느린 금리 인상을 정당화해준다고 발언한 이후 달러화는 줄곧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이날은 달러화 약세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 닛케이지수가 아시아 시장에서 2% 이상 하락한 여파로 엔화 매입세가 강화됐다.

여기에 뉴욕증시와 유럽증시가 모두 하락하면서 전 세계 안전자산 매입세가 강화돼 달러당 110엔이 붕괴됐다.

엔화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채권금리는 거의 1년 만에 최저치인 0.08%까지 떨어져 마이너스를 눈앞에 뒀다.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엔화 강세에 일조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된 탓이다.

아베 총리는 각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는 피해야 한다"라며 "외환 시장에 인위적인 개입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금융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도 국회에 출석해 필요시 추가 조처에 나서겠다고 밝혀 엔화 강세로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중앙은행은 추가 부양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강세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려는 일본 당국의 노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도 엔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 추가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RBS증권의 브라이언 데인거필드 외환전략가는 "글로벌 경제성장세는 약간 더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더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이는 엔화가치가 더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