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지갑 안 열더니…해외에선 26조 '펑펑'
가계가 해외에서 쓴 돈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소비지출은 26조2722억원으로 전년보다 13.7%(3조1593억원) 늘어났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가계의 해외소비지출은 2010년 20조1835억원으로 20조원을 처음 넘어선 뒤 2011년 18조4011억원으로 줄었다가 2012년부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증가세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으로 여행을 많이 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국민은 전년보다 20.1% 늘어난 1931만430명에 달했다. 해외소비지출에는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해외물품을 직접 구입한 ‘해외직구’나 회사 출장 등 업무로 쓴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국내에서 소비한 금액은 모두 708조3725억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선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다보니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를 뒷받침했던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소비지출은 14조3609억원으로 전년보다 7.4% 감소했다. 작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1651명으로 전년보다 6.8% 줄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