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저임금 올리겠다는 정치권
여야가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쟁하듯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시간당 9000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국회가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을까. 적어도 현행법으론 정치권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최저임금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 위원 9명, 정부 위원 3명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노측과 사측이 다음해 최저임금액을 제시한 다음 절충선을 찾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법이 이 같은 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은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인 개입을 배제하고 전문성 있는 위원들이 산업 현장과 경제 현실에 맞는 결론을 내라는 취지다. 그런데도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자기들을 뽑아주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운열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최저임금 결정 주체는 정부이며 야당이 (최저임금 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종석 새누리당 공약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여당으로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모두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법 개정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해본 뒤 그게 안 되면 법을 바꿔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변화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은 올해 18.2%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근로자 5분의 1의 임금을 국회가 결정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물론 정치권이 저소득층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독립돼 있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무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표를 위한 쇼’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