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인 이모씨는 지인의 권유로 가입한 연금저축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다. 수수료가 비싼 데다 수익률도 낮아 노후 대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걱정이다. 하지만 ‘연금저축은 해지하면 손해’라는 생각에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씨처럼 연말정산 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입한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기대보다 낮아 고민하는 직장인이 많다. 연금저축은 납입 기간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연금저축은 장기 상품이라 중도 해지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많다. 연금저축계좌이체제도를 활용하면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연금저축으로 갈아탈 수 있다.

정부는 2001년부터 연금저축 가입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더라도 세제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회사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기존 가입 금융회사와 신규 가입 금융회사를 모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새로 연금저축에 가입하려는 금융회사만 방문하면 원스톱으로 계좌이체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등 중간 점검을 통해 자신에게 맞지 않은 연금저축이라면 과감하게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연금저축계좌를 갈아탈 때는 금융감독원의 연금저축 통합공시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상품별 수수료, 유지율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연금저축펀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 기존에 가입한 연금저축상품이 연금저축보험이라면 이체되는 금액은 해지환급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해지 공제액이 발생해 이체금액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계좌이체가 전액만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연금저축을 계좌이체하면 기존에 가입했던 금융회사에서 해지 처리하기 때문에 자금 일부만 이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금저축계좌를 갈아탈 수는 있지만 연금저축은 장기 상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장기간 유지를 목적으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금융회사를 선택해 상품에 가입하고 꾸준히 납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