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식 제이에스텍 대표(오른쪽)가 LG화학과 공동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광학필름 가공설비를 LG화학 관계자와 함께 점검하고 있다.
윤중식 제이에스텍 대표(오른쪽)가 LG화학과 공동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광학필름 가공설비를 LG화학 관계자와 함께 점검하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품업체인 풍원정밀의 매출은 2013년 54억원에서 지난해 224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2년 만에 높은 매출 성장세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2013년 9월부터 22개월간 진행된 LG디스플레이의 상생협력 활동이 있었다. 이 기간 LG디스플레이는 전문가 8명을 파견해 공정 혁신을 위한 각종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를 통해 풍원정밀은 OLED에 들어가는 금속박 제조비용을 크게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LG그룹은 전사적으로 계열사와 상생협력에 나서고 있다. “혁신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생협력을 통해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철학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9개 주요 계열사가 977개 협력회사와 공정거래 협약을 맺고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협력사 불편 챙기는 상생

공정거래 협약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LG 계열사는 협력회사들이 신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술자료 임치에 따른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기술자료 임치제는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보관하고 관련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협력재단이 보유 사실을 입증하는 제도다.

협력사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각종 제도도 도입했다. 주문 물량 및 납기 등 하도급 관련 주요 정보를 최소 3개월 전에 알리는 ‘하도급 알리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협력사는 보다 일찍 예상되는 주문 물량을 확인할 수 있어 거기에 맞춰 생산계획 입안 등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협력사를 위해 총 887억원을 직접 대출 등의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상생결제시스템’도 도입했다. 결제규모는 올해 1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상생결제시스템은 대기업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에 어음을 발행할 때 자신이 아니라 대기업 명의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하면 2·3차 협력사는 해당 어음을 할인하더라도 종전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현금화할 수 있다. LG 계열사는 600억원을 해당 시스템으로 결제했다.

LG는 이 같은 상생협약이 다른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사이에도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2차 협력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1차 협력사에는 거래물량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허 지원으로 도약 발판 제공

지난해 4월 충북 청주의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구본무 회장은 “대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성과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충북혁신센터에서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분야의 중소기업에 총 10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1개 중소기업을 지원해 해당 기업들의 총매출이 400억원 늘었다.

충북혁신센터에서 제공하는 5만2000여건의 LG 보유 특허는 중소·벤처기업 성장의 ‘젖줄’이 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업체 세일하이텍은 지난해 LG화학이 보유한 특허를 이용해 2차전지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박광민 세일하이텍 대표는 “우리 회사의 생산 방식에 LG의 특허를 더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