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몸집' 아시아나 추월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LCC) 업계의 ‘몸집 키우기’에 위협받고 있다. 급증한 국제선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2분기에는 LCC업계의 항공기 수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1일 신규 항공기를 들여와 총 15대의 항공기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항공기 도입으로 LCC업계의 항공기 수(82대)는 아시아나항공(84대)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아시아나 국제선 점유율 20% 무너져

저비용항공 '몸집' 아시아나 추월한다
LCC업계가 비행기 수를 늘리는 데 속도를 내는 이유는 국제선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 1월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국적 LCC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113만220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2.4% 늘어났다.

LCC업계의 국제선 수송부담률도 4.4%포인트 늘어난 18.2%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작년에 경쟁적으로 국제선 취항과 항공기 도입을 늘렸다”며 “특히 동남아시아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와 경쟁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수송 분담률은 지난 1월 19.6%에 그치며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밑돈 뒤 지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들이 장거리 노선에선 저렴한 항공권 가격을 앞세운 외국계 항공사에 치이고, 중·단거리 노선의 점유율은 LCC에 빼앗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낮은 항공권 가격을 무기로 LCC들이 국제선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LCC들은 덩치를 더욱 키워나가며 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신규 항공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6월까지 신규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한다.

LCC업체들은 연말까지 항공기 수를 총 99대(제주항공 26대, 진에어 22대, 에어부산 18대, 이스타항공 17대, 티웨이항공 1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항공기 운영 목표(83대)보다 16대 많다.

○장거리 노선도 띄운다

저비용항공 '몸집' 아시아나 추월한다
전문가들은 LCC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성공적인 틈새 노선 공략을 꼽는다.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는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LCC업계가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어부산은 부산~오사카, 부산~후쿠오카, 부산~도쿄 노선을 매일 4회 운영한다. 오는 6월까지 대구~제주와 부산~몽골 울란바토르 신규 취항도 확정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 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선 네트워크를 갖춰 연계편을 띄우고 있다”며 “국내 수요뿐 아니라 동남아, 중앙아시아 노선이 부족한 일본 지역에서 환승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도 대구 공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구발(發) 국제선 노선 4개를 띄우고 있으며, 상반기에 대구~타이베이 노선과 인천발 중국 노선도 새롭게 취항할 예정이다.

비행시간이 8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도 LCC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LCC 최초로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취항 후 노선 예약률이 매달 80%를 넘고 있다”며 “올해 300여명이 탈 수 있는 중대형 항공기 B777을 세 대 확보하는 만큼 또 다른 장거리 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