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는 월 이자 5만원, 캐피탈사는 8만원
참여연대 "저신용자 부실 가능성을 고신용자에게 전가하는 것"


조그만 식당을 하는 최모(40세)씨는 급하게 잠깐 쓸 돈 500만원이 필요했다.

최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까 생각했지만, 서류 작성 등이 귀찮아 신용카드 카드론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최씨는 카드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자로만 5만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의 신용등급은 3등급으로 고신용 등급이었는데도 카드론 금리가 연 12% 정도 됐다.

최씨는 "카드론은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어서 간편해 이용했는데 이자가 이렇게나 많이 나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평소 신용등급이 높아서 카드론이라도 은행보다 조금 비싼 정도인 줄 알았다"며 "10%가 넘는 고금리는 저신용자에게나 해당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나처럼 신용등급이 괜찮은 사람도 이렇게 고금리를 받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에서 빌리면 은행보다 월 이자 5배 이상 비싸

만약 최씨가 카드론이 아닌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돈을 빌렸다면 월 이자액은 2만원 내외였을 것이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1~2등급인 사람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3~5% 수준이었다.

3~4등급도 4~6%로 카드사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됐다.

반대로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면 각각 8만원, 1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캐피탈사가 1~3등급에 빌려주는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고 20%였다.

또 저축은행은 1등급을 대상으로 최고 25%의 금리를 받았다.

최씨 같은 3등급 고객에게는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금리를 적용받는데도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관심에서 오는 무지 때문일 때가 많다.

금리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따져보기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얼마나 높겠어"라고 생각해 2금융권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2금융권은 홈페이지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대출이 가능해 편리하다는 것도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렇게 2금융권을 이용하게 되면 당장 고금리로 이자를 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개인 신용을 평가할 때 가장 큰 비중이 되는 항목은 신용거래형태(32%)다.

같은 액수라도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처럼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은행에서 빌릴 때보다 신용등급이 더 많이 떨어진다.

2금융권에서 대출하면 연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 조달금리 높고 대손충당금도 많아

이처럼 같은 고신용 등급인데도 금리가 크게 차이 나는 것에 대해 2금융권에서는 조달금리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통해 돈을 조달하지 못하고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고객들에게 1%대의 싼 예금 금리로 돈을 조달하지만, 카드사는 조달 금리도 높고, 각종 채권 발행에 필요한 비용도 들어가 조달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카드채 금리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10년 만기 카드채라도 2%대 중후반의 이자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과 비교해 조달금리 차이보다 대출금리 차이가 훨씬 큰 것이다.

또 저축은행은 은행처럼 예금도 받는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은행권보다는 높지만,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1%대에 그친다.

은행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데도, 대출 금리는 5~6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2금융권은 또 은행과 비교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부실률이 높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편리성을 앞세워 대출을 많이 하기 위해 2금융권이 일부러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백주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2금융권에서 편리성을 핑계로 심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일단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아도 고금리를 물리는 것은 부실 대출의 부담을 금융회사가 아닌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에게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